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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25회
매미는 잠 속에 터널을 뚫는다
이 언 빈
나무들이
몸 밖에 풀어놓았던 그림자
거두어들이는 저녁
잠 속에 구멍이 뚫려 있다
십 년 전에도 매미들은
명동성당 단식농성
허기진 내장 속을 화안히 불 켜더니
이 여름
그 적막하던 시간의 뼈를
부채질해 보내는가
매미소리 하나로
온 숲이 은빛으로 떠오르는 동안
십 년 전의 나와
십 년 후의 내가
마주 앉아
투명한 화음에 귀 적신다
나무들이
긴 손을 뻗어
제 그림자 말아 올리는
푸른 저녁답
기억의 수면이 화안하다
이 언 빈(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강원지회 부지회장. 1976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대한민
국 문학상 수상. 시집 [먹황새 울음소리].
처음 올린 날: 2001년 12월 10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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