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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동 먼나무
김수열
아시는지요
제주말로는 먼낭이라 부르는 먼나무를 아시는지요
봄이면 연자줏빛 꽃이 피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열리는 먼나무를 아시는지요
서귀포 시청이 있었던 서홍동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그 먼나무를 아시는지요
그 나무가 태어난 고향집이
한라산 자락 물 좋은 어드메였다는 걸 아시는지요
그러던 그 나무가 4·3시절
산사람을 섬멸한 기념으로 옮겨 심어졌다는 걸 아시는지요
산사람의 피를 기념하는 그 먼나무가
지금은 제주도 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된 걸 아시는지요
그리고 서귀포 시청이 있던 그 자리가
4·3시절 다름아닌 2연대의 주둔지였다는 걸 아시는지요
해마다 봄이 되면 그 먼나무
그리운 어머니의 산으로 꽃향기 날리는 뜻을 아시는지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그 먼나무
피빛 열매 붉게붉게 맺힌 채 겨울을 나는 뜻을 아시는지요
반 백년이 넘도록 오지게 살아
아직도 죽지 않고 시퍼렇게 살아있는 그 뜻을 아시는지요
아시는지요
정말 아시는지요
* 서홍동: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마을 이름
김수열(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1959년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범대
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실천문학] 3호(1982년)에「어머니
」외 3편으로 등단. 현재 제주에서 교사로 재직중.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가 있다.
처음 올린 날: 2001년 9월 23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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