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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 동해의 대방어로 헤엄치고 싶어라 < 시의향기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동해의 대방어로 헤엄치고 싶어라
동해에 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나는 너무 쉽게 동해에 갈 수 있고 너무 많이 동해에 가서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나는 서해에서 태어나 서해에 몸을 적시며 컸는데
남해는 물론 동해도 보고
지금은 동해안 울산에 살고 있으니
아직 동 서 남해를 못 본 사람들보다는
바다를 보았다는 점에서 바다의 유경험자이다
경험자가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겨우 그걸 행복이라고 찾아낸 것이다
바다를 보고 싶은 사람에겐 그것이
충분한 행복 조건일 수 있겠다
어릴 적 나는 역사책이나 사회책에나 나오는
낙동강을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그리고
스무 살 넘어 낙동강 철교를 열차로 넘을 때
나는 얼마나 나 혼자 황홀했던가
아마 압록강 철교나 두만강 철교를 넘는 감동일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어릴 적 바다를 못 본 사람에게
바다를 경험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으리라
서해 끝단이 본적인 내게 동해는 그런 바다다
모든 아내가 남편에게 그런 바다였듯이
모든 남편 또한 아내에게 그런 바다였던 적이 있다
오늘 내게 동해는 얼마나 깊은 바다로 다가오고 있는지
그 깊은 바다를
동해의 푸른 대방어로 헤엄치고 싶다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수혜(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