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2)
작가와 작품 그리고 독자
단편에서 출발한 「삼각 관계」는 어느덧 수정 보완과 확장을 거듭하면서 중편소설로 변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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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몇 가지 법 원칙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할 겁니다. (이러한 법 원칙을 극명하게 설시한 판결이 바로 일명 ‘이태원 살인사건’의 판결입니다.)
나는 작가의 관점에서 (네 개의 삼각관계가 들어있는) 이 소설을 쓰고 계속 수정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매개로 한 작가와 (열렬한) 독자의 삼각관계의 정립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의 삼각관계가 경우에 따라서 정삼각형인지 이등변삼각형인지 예각삼각형인지 둔각삼각형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독자는 단순한 수신자가 아닙니다. 독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왕입니다. 독자가 작품 속으로 침입해서 몰입하면 할수록 작품에 깊숙이 참여하게 되고 더 나아가 대체 불가능한 깊은 소속감을 느끼면서 더욱 친밀하다고 느끼게 되면 마침내 광팬이 되어서는 작가에게 스토커처럼 달라붙어 집착하게 됩니다.
그 경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정삼각형이 될 것입니다. 만약 어떤 (날카로운) 문학비평가가 작품을 잘근잘근 씹어서 내뱉기로 작정했다면 그들의 관계 역시 틀림없이 정삼각형이 될 것입니다.
신비평가들은 수십년 동안이나 작품은 태어난 순간부터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그 작품을 쓴 작가와 분리해서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즉 작가 개인의 역사적 맥락 (또는 전기적인 맥락)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작품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도덕적이거나 미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강조합니다. “누가 뭐래도…… 작품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작가가 마침내 그 의도를 성취했는가?’ 등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작가와 작품을 완전무결하게 분리할 수 있단 말인가요. 작품은 작가가 고군분투한 산고의 산물인데 말입니다. 진지한 작품은 작가의 사생아가 아닙니다. 거기에는 작가의 영감, 숨결, 목소리, 사랑, 미움, 감정, 도덕성, 인간성, 삶의 흔적이, 삶의 얼룩이 고스란히 배어 있지 않겠습니까.
작중 인물들(열명 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평탄한 길을 따라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지극히 소박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진정한 리얼리즘 소설이라면) 소박한 사람들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미시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해야 합니다.
내가 허구의 세계에서 창조한 인물들은 지금 뭘? 상상, 몽상, 망상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살아 있습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운명은 무엇일까요?
그 후, 그들의 인생역정이…… 나는 그게 너무 궁금합니다.
이 소설을 잘근잘근 씹어서 그 고유한 주제와 정체성, 규범, 맥락, 행간에 숨어있는 함축적 의미, 목소리, 질감, 스토리라인에 스며있는 인과관계의 사슬을 깊이 있게 음미하는 일은 성실한 독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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