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94 제목 [시] 둥둥 떠 있는 나는 외 1편 이름 나정욱 [출처 :https://둥둥 떠 있는 나는(外 1편)/ 나정욱:시인뉴스 포엠] 둥둥 떠 있는 나는     나는 풍선일까 둥둥 떠 있다가 터지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나는   둥둥 떠 있는 풍선일까 풍선처럼 살다가 결국 터지고 마는 풍선은 알고 있을까 풍선이 터지는 곳이 따로 없다는 것을   둥둥 떠오른 그 순간부터 풍선은 허공을 산다 허공 아래는 또다시 허공이니 절벽이 절망할 일은 없겠다   풍선이 둥둥 떠 오른 이유를 모르겠다 풍선도 모르는데 풍선을 집으려는 빈손이 풍선을 알겠는가   모두 절벽 위에서 풍선처럼 살고 있다 가끔 풍선 터지는 소리를 듣는다 풍선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소리이다   풍선이 자유로운 것은 풍선이 풍선을 모르기 때문이다 허공은 허공을 절벽이라 부르지 않는다 허공은 죽음을 모른다   허공을 둘러싼 죽음이 절벽인 줄을 모르니 허공에 풍선이 떠 오를 수 있다 앞뒤도 없고 높이도 없이 떠 있는 풍선 안에   허공도 절벽도 죽음도 다 있다 그걸 품고 풍선은 떠 있다 그래서 풍선은 가볍게 떠 있다 풍선처럼 가벼워지려면   나는 얼마나 풍선을 불어대야 하는 걸까 그 끝은 언제쯤 되는 걸까 노란 풍선이 입을 벌리고 푸우푸우 바람을 쉬고 있다               소원과 소망     소원과 소망은 어떻게 다를까 아침에 오는 눈과 저녁에 오는 눈만큼 다른 걸까   잠을 잤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자는 일 뿐이라서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잠을 잤다 도대체 내 소원은 뭘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잠을 깼다가 밖을 보니 계속 눈이 내렸다 세상은 바뀌지 않고 눈만 내려 계속 잠을 잤다 다시 일어나 봐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눈만 내렸다   소원과 소망은 어떻게 다를까 이번에는 소망을 품고 잠에 들었다가 깼다 세상은 그대로 바뀌지 않고 눈이 내렸다 도대체 이 눈은 언제 그치려나 다시 잠에 들었다   소원과 소망은 아침에 내리는 눈과 저녁에 내리는 눈만큼의 차이가 있을까 눈은 아침이나 저녁을 가리지 않고 내린다 이 눈은 아침에 시작된 걸까 저녁에 시작된 걸까   소망과 소원을 품고 잠에 드는 지금은 아침일까 저녁일까 잠을 자다 깨어나도 눈은 그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원이나 소망이나 하나를 선택하여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잠에 드는 것이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눈이 그치는 그날은 내 잠이 깰까 눈이 그치고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날은 아침일까 저녁일까   밖에는 눈이 내리고 지금은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 눈 오는 날 세상은 바뀌지 않고 나는 소망이나 소원을 품고. 잠에 든다 꿈에서도 펄펄 눈이 내린다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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