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poetnews.kr/16608]
당신이 그 집의 주인이다
당신의 집은 고독하여 스스로 모자 같은
지붕을 달고 고독을 견디었다
당신의 집은 스스로 고독하여 거울 같은
창문을 달고
고독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독한 당신의 집은 조용하다
누가 지붕에 더 큰 고독을 던져두고 가는 날에도
창문 밖의 누가 고독한 얼굴로 넘겨 보아도
새벽에 쌓인 눈처럼 당신의
집은 고요하다
모자 같기도 하고 둥근 거울 같기도 한
당신의 집은 고독하다
누가 모자를 집어 써도 조용하고
누가 거울 앞에서 입술을 실룩실룩거려도
당신의 집은 조용하다
누가 당신의 집에 대문을 달았을까
대문을 달 때 당신의 집은 크게 즐거웠다
고독한 집을 열고 들어오는 그대여
차가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대여
당신이 집의 주인이다
읽어야 할 책이 있고 촛불이 있고 음악이 있고
당신의 표정으로 웃는 집이 있다
당신의 자세가 그대로 기도가 되는 집이 있다
고독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집이 있다
당신이 그 집의 주인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먹는 법
가을비가 오네요
꼭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에 머언 나라
히말라야 설산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잠이 들어요 평소에 낮잠이 없는 그 사람을
산맥처럼 의지하고 잠이 들면 히말라야
설산도 삼킬 것 같아요 히말라야 설산이
아무리 높아도 그 사람 곁에서 자는
잠의 깊이를 당할 수 없어요 서서히 어둠에
잠기는 설산처럼 잠에 잠기는 설산이
봉우리 끝만 보여요 하얗게 남은 눈이
은빛 설산이 맞아요 히말라야 설산을 가볍게
넘는 큰 키를 지닌 설인을 꿈에
봤으면 해요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