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85 제목 [시] 미인계 외 1편 이름 나정욱 [출처 :https:// 미인계(外 1편)/ 나정욱:시인뉴스 포엠] 미인계     미인계에 걸렸다 미인계에 걸려 강을 넘었다 나는 미인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실제 미인이 있었다 미인이 있더라도 미인계에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란 오만한 자신감에 절어 살았는데 미인계에 넘어가 넘어서는 안될 강을 넘었다 실처럼 흐르는 강이었다 물 대신에 비단이 흐르는 비단강이었다 물소리가 미인이 웃는 소리처럼 들렸다 미인이 없으면 애초에 없을 강이었다 강을 건너며 생각했다 미인계에 걸린 나는 미인에게 무엇일까 미인이 노린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 미인이 데려갈 강 건너 땅은 미인이 사는 아름다운 나라일까 아름다운 나라에서 미인은 무엇일까 거미에게 걸린 나비처럼 파닥거리며 생각했다 아름다운 거미와 아름다운 나비가 인연일까 거미줄이 나비가 건너야 할 강일까 견고한 거미줄이 미인이 쳐놓은 미인계일까 내가 사는 여기와 아름다운 미인이 사는 그곳은 거미줄이 걸린 만큼의 아름다운 거리일까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다 사람이 안 만들었으면 그럼 누가 만들었을까 그거야 당연히 사람을 만든 신이거나 외계인이 만든 것 같다   시간을 달콤하게 얼려 놓은 아이스크림 그 시간은 과거의 가장 달콤한 추억이거나 오늘 내가 꿈꾸는 가장 황홀한 내일에 대한 상상의 시간들   아이스크림은 빨아 먹거나 핥아먹어야 시간을 제대로 음미하는 맛이다 아이스크림을 이빨로 먹는 사람은 추억도 상상력도 없는 야만의 후예다   여름이 되면 밖에서 그냥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은 여름에 가장 행복한 사람의 의식의 유출이다 아이스크림처럼 그냥 녹아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도 없다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싶다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도 마냥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의 굶주림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만이 아이스크림이 녹는 시간을 기다려 준다 그걸 감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겨울을 사는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할 겨울을 살아본 사람으로는 감히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스크림이 녹는 시간 그것은 의식의 유출이며 느린 시간의 외출이며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용기 있는 모습이다   옛날과 다르게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세상의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거나 핥아먹는 사람은 시간을 녹여 먹는 능력을 지녔다 그것을 감히 사랑의 능력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나정욱 시인 ●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1990년) ● 시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 『얼룩진 유전자』(2024년) ●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 수혜(2024년) ●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770 시   입의 전쟁 나정욱 2025.05.07. 29 769 시   옛날 이야기 외 1편 나정욱 2025.05.07. 27 768 시   추억의 음악다방 임서상 2025.05.06. 36 767 시   종로엔 밤이 오지 않는다 임서상 2025.05.05. 75 766 시   늙은 나이에도 사랑은 핀다 임서상 2025.05.05. 78 765 시   시골 참기름집에 사는 새들 임서상 2025.05.05. 90 764 시   속초 바닷가 임서상 2025.05.05. 86 763 시   절름발이 노처녀 임서상 2025.05.05. 85 762 시   집 [1] 임서상 2025.05.05. 90 761 소설   아버지와 아들 유중원 2025.04.18. 89 760 시   얼굴과 지도 외 1편 나정욱 2025.04.04. 93 759 시   동해의 대방어로 헤엄치고 싶어라 나정욱 2025.03.11. 96 시   미인계 외 1편 나정욱 2025.03.11. 86 757 시   미인들 외 1편 나정욱 2025.02.04. 92 756 소설   모창 가수 유중원 2025.01.21. 111 755 시   둥둥 떠 있는 나는 외 1편 나정욱 2025.01.02. 93 754 에세이   문학에서 잘라내기 (수정/보완) 유중원 2024.12.27. 99 753 시   이름 있는 자의 죽음 강수경 2024.12.26. 91 752 소설   첫사랑 엘레지 유중원 2024.12.11. 105 751 시   수시포 강수경 2024.12.09. 98 750 시   사랑의 증거 외 1편 나정욱 2024.12.05. 104 749 시   도령마루 꽃무릇 외 2편 정여운 2024.11.21. 108 748 시   되감긴 필름 / 강수경 강수경 2024.11.12. 136 747 시   당신이 그 집의 주인이다 외 1편 나정욱 2024.11.05. 144 746 에세이   작가의 말(22) 유중원 2024.10.31. 153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다음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