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poetnews.kr/14164 ]
뚱뚱한 빗방울
뚱뚱한 비가 내리고 있다.
세상의 모든 공주님을 위해 빗방울에 숨어서 뚱뚱한 비가 내리고 있다.
세상의 공주님은 우리를 볼 것이다.
우리의 뚱뚱한 빗방울을 보고 흡족한 웃음을 지으실 거다.
우리는 그렇게 공주님에게만 보이는 뚱뚱한
빗방울이다.
우리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은 공주님이 아니다.
우리를 볼 수 없다면 절대
우리의 공주님이 될 수 없다. 우리를 볼 수 있는 그 사람이
우리의 공주님이다. 뚱뚱한 빗방울
특별하여 특별한 우리의 공주님에게만 보이는
뚱뚱한 빗방울
그렇게 많은 빗방울 사이에서도 우리의 공주님은 우리의 뚱뚱한 빗방울을
볼 수 있다. 찾아서 부릴 수 있다.
공주님, 공주님, 우리 공주님!
세상의 뚱뚱한 빗방울들은 공주님을 찾아서 돌고 있다. 뚱뚱한 물방울이 되어서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물방울이 빗방울이 되고 빗방울이 물방울이 되어
지상에서 천상으로 천상에서 지상으로
뚱뚱한 방울을 유지하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부지런하다.
공주님, 공주님, 우리 공주님을 찾아서
뚱뚱한 빗방울이 대단히 바쁘게 움직인다.
귀여운 우리들의 뚱뚱한 빗방울!
쇼팽의 미소
바이러스 같은 이들도
바이러스 같은 사랑이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아침에 쇼팽의 피아노를 듣는다.
쇼팽의 피아노는 묘한 특효가 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바이러스 같은 삶을 살아도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워야 한다.
아침에 쇼팽의 피아노를 듣는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바이러스는 음악을 이기지 못하고
사멸한다. 그러니 아침에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어보세요.
바이러스를 이긴,
바이러스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아름다운 면역력을 갖고 쇼팽의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 나 욱(본명: 나정욱) 시인
『한민족문학』(1990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의 시집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