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묶음으로 뭉뚱그려 누군가 벽을 쌓은 것 같은
한 걸음 건너 그 아파트 단지엔 노인들만 밤낮
마지막 숨을 붙잡고 있다
세 동이 서로 힘겹게 늙은 나이를 좁히거나
포기한 듯 이따금 노인들은 그 손을 놓고 무연고
무덤으로 떠난다
상가 미장원에는, 그래도 가는 세월 차마
싫고 숨기려고 염색 손님이 잦고, 슈퍼엔 목구멍에
거미줄 생길까 보행기 출입이 분주하다
어느 석사 3지구 유곽
임서상
아파트 출입 우편함마다 관리 세금 독촉장이
쌓여도 노인들은 눈이 어두워, 치매와 중풍
불구자 몸 건사도 버거워 경고장을 받고서야
쌈지돈을 푼다. 시골 고향에 살았으면 목숨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늙어 어쩌다 도시로 내몰려
시멘트 유곽에 낙엽처럼,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피 똥 싸 낳은
자식들은 숨이 붙어 있나, 하고 명절 때 걸음하고
그 숨이 다 하면 유품조차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 서둘러
버리고, 한 인간의 흔적을 지우고 떠난다
젊었을 땐 화려한 시절을, 고생을 등에 지고
살았을 노인들
벌거벗고 사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풀뿌리를
캐 먹고 살아도 식구는 바글바글 모여 사는데
오늘도 노인들 유곽엔 죽음의 기운만 휭하다
계절에 밟힌 시든 꽃잎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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