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삶은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들 둘, 딸 셋을 흙을 파 먹듯 낳아 언제나
입 안에 가시가 돋치고, 도랑 자갈들이 귀에 굴러다녔다
탯줄로 허리띠를 졸라 매도, 손과 발바닥에 피가 나도록
밤낮 남편 허리만 붙잡고 살다가 당신이 월남에서 개죽을 당하자
두부 장사로 식솔을 연명하던 어머니는
콩밭에 거꾸러져 죽었다. 다섯 식구의 날개조차 거두지 못한 채
포화 속에 남겨진 전쟁을 누가 무슨 수로 막나
전쟁의 몰락사(임서상)
가난에 쪄들은 우리 형제들은 죄다 그림자 나그네가 되어
동방예의지국 이라는 말도 무색하게 서로 낯선 존재처럼 산다, 왜
둥지를 제 발로 떠난 부모의 원망에, 각자 다른 새가 되어 죽었으니
서로는 곁으로 오지 않고, 품어도 생채기로 얼룩지는 몸들
서로는 원수 지간처럼 편지 한 통 없다
튀르케에 오지 원주민들은 서로 떨어져 살아도
휘파람 소리로도 말을 알아 듣는다는데, 우린 서로 귀가 먹었는지
눈에 흙이 끼었는지, 우리 집 풍파는 이제 누가 일으키려나
그놈의 다섯 조각 단단하게 붙여 동그란, 밤하늘 달 같은 집 한 채 지었으면
곧 죽어도 걱정 없겠는데
어느새 내 나이 환갑을 넘도록 철이 들지도 못하고 아직도
이 도시, 전쟁 영혼이 남긴 뒷골방에 처박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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