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한․몽 예술인 대회>
 -“아시아의 미학적 정체성을 찾기 위하여”


기 간 : 2004년 6월 28일(월) ~ 7월 5일(월)


주 최 : 아시아문화유목
후 원 : 문화예술진흥원


<2004 한․몽 예술인 대회>

- 목차 -



인사말
- 김사인(아시아문화유목 회장)

<행사안내>
1. 참가자 명단
2. 주요행사일정
3. 심포지엄

제 1 주제 - 한․몽 예술 교류

몽골 시인에게 한국은 무엇인가 : Kh.Chilaajav(시인, 몽골작가연합 사무총장)

한국문화의 고향을 찾아서 : 김형수(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

제 2 주제 - 한․몽 예술 정책 비교

현대 몽골문화예술의 경향: Ts.Buyanzaya(시인, 문학평론가)

한국 예술정책의 새로운 방향 : 양효석(문예진흥원 정책실장)

제 3 주제 - 한․몽 암각화 연구

몽골 유목민의 미술은 암각화에서 시작되었다: S.BADRAL(몽골 미술사학자)

한국의 암각화 - 천전리 암각화 문양 연구 : 김호석(화가)


사업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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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2004한몽예술인대회’를 열며




기쁜 날입니다. 저 그리운, 초원의 벗들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잔뜩 설레는 가슴으로 오늘이 어서 오기를 기다려준 양측 예술가들께 마음속 깊이 묻어둔 유년 시절의 언어를 꺼내어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행사를 후원해주신 한국 문예진흥원의 현기영 원장님과 강형철 사무총장, 또 일의 순서와 절차를 원만히 밟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장정진 팀장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시아문화유목’은 조직으로서는 아직 내놓을 만한 연륜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러 형태의 미학적 현장에서, 국경을 초월하여 두고두고 만나고 싶은 이웃들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들이 아시아의 미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만든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는 그러한 우리들이 처녀스러운 순수성을 바쳐서 준비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단란하다고 말해야 어울릴 오늘의 모임이 한국과 몽골은 물론 장차 아시아 문화의 미래를 가꾸어가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자못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문화는 흔히 물과 같다고 이야기됩니다. 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샘솟아 나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며, 빈 곳은 채우고 차면 넘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문화의 흐름은 멈춘 적이 없습니다. 발흥하면서 융성하고 노쇠하면서 퇴락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격식을 중시하는 의례 행사가 아니라 예술적 교감을 주고받는 교류이며 서로의 모국어를 초월하는 내실 있는 소통입니다. 이번에 준비된 세 개의 발제 및 토론과 장르별 세미나는 형식은 간단하되 우의는 깊은 행사로서, 한국과 몽골 예술가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열정과 ‘창조적 충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이번에 김호석 화백이 발표하는 암각화 연구는 오랜 열정과 공력이 투여된 괄목할 만한 것입니다. 기존의 연구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새로운 학설을 선보일 김호석 화백의 주장을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서 우리는 꽤 긴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고 가며 나누게 될 울산 천전리 암각화를 둘러싼 대화는 어떤 전문 학술행사에서도 보기 어려운 결실을 낳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행사가 부디 참가자 모두에게 아름다운 우정과 추억을 낳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6월 28일

아시아문화유목 회장김 사 인


참가자 명단



■ 한국측

김사인(시인, 문학평론가)강태형(시인, 출판인)김형수(시인, 소설가)
전성호(시인)김종광(소설가)김호석(화가)이희재(만화가)
이은미(가수)안성배(예술행정전문가)주재연(전통예술기획자)
최경자(사진작가)주홍미(공연기획자)


■ 몽골측

 작가 5명, 화가1명, 가수1명, 문화정책인 2명, 공식통역가 1명 -> 총 10인
 <부양자야(몽골 시인, 문학평론가), 칠라자브(몽골작가연합 의장),
밧드르(몽골 미술학자)외 7인>

※ 초청예술인 명단
 N.Byambajav(몽골문화예술위원회 회장)
 B.Bayaraa(Staff of the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Culture)

<몽골의 문화예술인>
 Kh.Chilaajav(Executive University Director of the Union of Mongolian Writers and Poet)
 Ts.Buyanzaya(Manager of the Union of Mongolian Writers and Poet)
 D.Batbayar(Professor of ꡒIkh MongolꡓUniversity and State Priced Writer)
 D.Tsend(State Priced Researcher and Professor of State Pedagogical University)
 L.Boldsaikhan(Director of the Write Committee in Erdenet City and Poet)
 B.Dulmaa(Professor of Mongolia International University and Translator)
 S. Badral(Painter)
 S.Nergui(Singer of the National Assembly of ꡒTumen Ekhꡓ)


주요행사일정

 

▪ 행사기간 : 2004년 6월 28일(월) ～ 7월 5일(월) (8일간)

6월 28일(월): 몽골 예술가 도착, 공식 기자회견 및 환영만찬 /서울 숙박
(참여-작가회의 회원, 언론출판계 인사 등 / 장소-작가회의 세미나실)

6월 29일(화): 한몽예술인대회(장소-문예진흥원 본관 회의실)
시간 오전11시 ～ 오후 4시
 개막인사 김사인(아시아문화유목 회장)
축사 현기영(문예진흥원 원장)
답사 N.Byambajav(몽골문화예술위원회 회장)
제 1주제 한몽 예술정책 비교
 한국측 발제자 : 양효석(문예진흥원 정책실장)
 몽골측 발제자 : 부양자야(시인, 문학평론가)
제 2주제 한국문화의 고향을 찾아서 : 김형수(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
 몽골 시인에게 한국은 무엇인가 : 칠라자브(몽골작가연합 사무총장)
제 3주제 몽골암각화를 통해 본 유목정신 : 밧드르(몽골 미술사학자)
 한국의 암각화-천전리 암각화 문양 연구 : 김호석(화가)

분야별 토론 : (장소 : 도서출판 문학동네 세미나실)
 시간 오후 6시 ～ 오후 9시
문학(종합) 한국 : 김사인(시인, 문화평론가)
 몽골 : N.Byambajav(몽골문화예술위원회 회장)
문학예술 한국 : 전성호(시인)
 몽골 : Ts.Buyanzaya
(Manager of the Union of Mongolian Writers and Poet)
공연예술 한국 : 이은미(가수)
 몽골 : S.Nergui
(Singer of the National Assembly of ꡒTumen Ekhꡓ)
시각예술 한국 : 이희재(만화가)
 몽골 : Baatar(Painter)
예술정책 한국 : 안성배(예술행정전문가)
 몽골 : B.Bayaraa
 (Staff of the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Culture)
출판정책 한국 : 강태형(시인, 출판인)
 몽골 : L.Bayarsaikhan
 (Director of the Write Committee in Erdenet City and Poet)

6월 30(수): 전세버스로 광주 이동.
 <아시아작가연대(세계작가와의 대화)>의 ‘문학의 밤’ 행사에 참석. 아시아작가연대(참가국-팔레스타인, 베트남, 이라크, 몽골, 한국) 만찬.
광주 숙박.

7월 1일(목): 광주 망월동 묘지. 작가들과 평화선언.
경주 남산으로 이동. 경주 숙박.

7월 2일(금): 경주 남산, 울산 암각화지대 답사.
대륙 끝머리에 대하여-동해안 순례. 경주 숙박

7월 3일(토): 서울로 이동. 서울시티투어 관광.
환송만찬. 서울 숙박.

7월 4일(일): 자유시간

7월 5일(월): (18:35)인천공항-몽골작가 출국.



[제1주제] 몽골 발제문


무지개 나라를 보는 감격
─ 몽골 시인에게 한국은 무엇인가


Kh. CHILAAJAV(시인, 몽골작가연합 의장)



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처럼 따뜻한 말은 없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람을 경애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몽골에 돌아온 후에도 눈에 선하다. 사람을 숭상하는 한국인의 풍습은 마치 몽골의 옛 문화를 대하는 느낌을 준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도로와 다리 그리고 건물, 교통, 통신 등 발전된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저력을 실감했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한국의 모습은 마치 발전된 서구사회와 같았다. 그러면서도 또한 그 서구문화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켜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은 다들 시간과 경쟁하듯이 빠르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산다. 몽골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동차마저도 빨리 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계도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전기의 흐름도 더 빠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반면에 한국인들은 다음 두 가지에는 시간을 아낌없이 낭비하는 것 같았다. 그 첫째는 식사할 때이고 둘째는 차가 밀렸을 때이다. 거의 모든 시간을 길에다 버리는 것 같이 보였다.
우리 몽골인과 한국인은 동일한 특성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모습이 같다. 한국의 거리에 더르치, 돌마, 볼트 같은 나의 친한 친구들이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가슴속에 피어나는 자신감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초원 같은 넓은 마음과 어깨, 손짓, 발짓 또 언어 등을 볼 때 한국과 몽골은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도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 아마도 한국과 몽골, 이 두 나라 사람들 같이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르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두 나라에는 같은 뜻과 같은 발음으로 된 단어도 많다. 몽골반점이 있다는 것, 설날 어른들에게 세배하여 존경을 표시하는 것 등도 같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두 민족은 과거 어느 시대에 같은 뿌리에서 나온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들이 유목민이었다가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날 우리는 한국과 몽골을 비교할 수 없다. 몽골의 초원 생활은 마치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는 채 예전과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마치 비디오의 빨리 감기처럼…. 한국인들은 대부분 안경을 쓰고 있고 마치 줄에 매달려 있듯이 핸드폰을 손에 잡고 산다. 손에 보석반지를 낀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인권신장과 젊은 세대를 위한 발전에 노력하는 것은 매우 인상 깊었다.
또한 평균수명이 높다는 것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깊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이 지성을 중시하며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무덥고 자동차의 매연이 심한 곳에서 노인과 아이들을 위해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격했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과 문화계 인사들로 그들 자신의 역사와 다른 나라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시민들은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한 지식만 알 뿐 다른 부분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관심이 없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시간과 지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2

필요하면 언제든지, 어디서나, 무서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와 같은 성격을 가진 한국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싸우고, 요구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칠 때, 정의를 원할 때 용기를 어떻게 내는 것인지를, 또 함께 모였을 때 굉장한 힘이 생긴다는 것을…….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3
 
 그들은 열정적인 민족주의자이다. 특이하게도 한국은 한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고 있는 국가이자 민족이다. 그래서인지 평상시에는 각자가 따로 행동하다가 위급한 상황이나 큰 일이 닥치면 하나로 뭉친다.
그들은 언젠가 피해를 주었던 민족에게도 이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예컨대 베트남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 지난 역사를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4

한국의 자연은 아름답다. 산, 강, 평야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형태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지 위에서는 자연의 냄새가 잘 전해지지 않는다.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초원이 많은 몽골의 나와는 다른 부분이 있음을 느꼈다. 생활방식이나 관계 맺는 방식 또한 차이가 크고 생소한 부분도 있었다. 예술과 문학 부분에서도 무언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몽골은 유목민들이 사계절을 통해 보는 사슴, 물, 새, 자연을 느끼고 글을 쓴다면, 한국인들은 현대의 정착 생활 중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 문명의 이기 등을 많이 표현하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워야 할 점은 다른 사람을 잘 섬기는 것, 행사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 조직 속에서 자신의 일을 담당해 가는 것, 서로 도와가면서 일하는 것,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것 등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배울 점은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힘이다. 해야 될 때는 하고, 하지 않아야 될 때는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술이나 음식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뚱뚱한 사람을 많이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쉬는 시간, 식사시간, 자유시간, 건강 등에 대한 관리를 잘 한다.
문명, 발전, 도시화…. 이것들로 인해서산도 자신의 원래 모습에서 바뀌어버렸고, 물도 원래 흐르는 길에서 다르게 흐르고, 식물들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인류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렇게 해버리는 게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았다. 하지만, 산업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그런지 구름이 원래의 색을 잃어버리고, 별들도 더욱더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도시보다는 오염이 되지 않은 시골에 살고 싶어 하고 이사도 많이 가는 것을 보았다.
한국은 인구가 많은 데 비해 땅이 작아서 그런지 도시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것에 대해서 탁월함을 볼 수 있었다.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활용하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 가운데 하나다.

5

건조한 초원에서 살다 간 사람이라서 그런지 축축하고 더운 한국 기후 때문에 자연스럽게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셔츠 윗 단추를 풀게 되었다. 넥타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들의 옷 입는 방식 또한 우리가 배워야 될 것 같다. 우리는 너무나 옷을 근사하게 잘 차려 입으려고 하는데 비해 그들은 소박하고 편하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민족이 아시아 동방에서 육지와 바다를 동시에 접하고 살고 있다. 비 오는 날 남산에서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 한강이 흐르고,
흐릿하게 보이는 한강의 모습 속에서 지금 오는 이 비가 한국인들의 땀방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참고 견디어 선진국을 만든 한국 민족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고 싶다.

6

안산에서

아르 할하에서 온 시인이
고향을 떠나고 싶은 말처럼
뒷짐 지고 선다
하늘 끝에 고향이 있다
거기에는 내 산들이 있다
몽골의 산들이 노래를 하고 있겠지
나뭇잎이 춤을 추고 있겠지
여기 산들이 좀 슬프다
대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안산이여 안녕, 안녕!



[제1주제] 한국 발제문


문화는 대지를 닮는다
─ 한국문화의 고향을 찾아서

김형수(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





1. 여행

모든 인간은 존재 어딘가에 자신이 아직 닿지 못한 장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 미지의 장소에는 우리가 한 번도 실체를 본 적이 없는 각자의 영혼이 살며, ‘영감’이라 부름직한, 인간에게 신비한 능력을 주는 정신적 유성(流星)이 흘러 다닙니다. 여행이란 어쩌면 그곳을 찾아가는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여행을 잘 하는 유일한 길은 자연과의 신체적 접촉을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오직 몇 날이고 걸어서 저 드넓은 대지를 관통하는 수고를 지불하는 것뿐입니다. 육신이 낯선 곳을 걸을수록 정신은 더욱더 자아의 깊은 곳으로 돌아옵니다. 옛날부터 길이 현자들을 끌고 다녔던 유일한 이유는 이것일 것입니다.
몇 년 전, 몽골 여행은 저로서는 그러한 순례의 기념비적인 하나였습니다. 초원에서는 누구나 막막한 지평선의 한 점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광활한 대지는 질주의 본능을 충동질하나, 육체는 미약하고 공간은 큽니다. 우리는 오직 유한한 존재의 숙명을 확인하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그것은 제게 언젠가 사흘 동안 내리 배 멀미에 시달리며 남지나해의 수평선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때보다 훨씬 큰 무서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멀고 먼 초원에서 겪었던 생리적인 소일을 참는 불편과 여러 날의 불면을 사다리처럼 딛고 올라가 저는 그 때 성공적으로 자아의 은밀한 장소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변했나 봅니다. 전에 못 봤던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제가 벗어나고자 했던 갈등의 세계는 끝도 없이 광활한 몽골 초원의 지평선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부질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열쇠 구멍만한 세상 속에 들어 있는 ‘존재의 미천함’이 그렇게 뼈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그 황량한 공허감은 말할 것도 없이 이후의 저를 상당히 수정시켜 놓았으며 또한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바뀌게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시야를 가로막는 문명의 축조물들이 완벽하게 지워져버린 장소에서 저 홀로 허둥대는 인간을 상상하면서 제가 이웃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달래고는 합니다. 몽골 땅에 풀어놓으면 누구나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와 같은 한 마리의 외로운 짐승이 됩니다. 고독에 눈뜨고 사랑할 대상과 친구를 찾으며 ‘흔들림 없는 영혼’을 필요로 합니다. 그 때도 그랬습니다. 대부분 초면이었고, 쉽게 대하기 어려운 이들이었으며, 장엄한 초원이 한없이 짓누르는 상황이었지만 틈만 나면 소리쳐 서로를 불렀습니다. 괜히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다들 보호받지 않으면 안 될 어린 아이 같은 심정에 쫓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2. 공허

누구나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든 ‘영혼’은,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이성이 포착하지 못하는 어떤 우주적 움직임의 궤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계단에서 발을 삐끗하거나 운동장에서 현기증을 일으키며, 길을 걷다가 몸체가 한 번 기우뚱거리는 찰나적인 우연들조차도 깊게 보면 모두 운명의 손에서 지휘됩니다.
그렇다면, 운명! 그것이 시작되는 출발지는 어디입니까?
인간을 낳은 것이 대지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자연의 사슬에 묶여 있고 영혼은 거기에 깃듭니다. 지중해 같은 곳에서는 인간의 머리카락이 수천 년의 바닷바람과 햇살에 간섭을 받아서 갈색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장교에게서 발견된 베트남 여인의 슬픈 체구는 그녀의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것이었습니다. 모든 위대성은 그 안에 있습니다. 한 존재가 지상의 어디에서 목숨을 부여받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능력이 아니듯이 그것들의 가치 역시 우리의 의지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속습니다. 인간의 관념 속에서 어떤 일부는 중심이었고 어떤 일부는 변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방’에는 ‘중심’이 모르는 폐허가 있습니다.
20세기가 저물 때까지 대부분의 한국인은 ‘영토의 지방성’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정신으로 세계를 투사하는 의식의 광학(光學)을 갖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상의 척도는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저 도도한 ‘중심’의 조종으로 소용돌이치는 문명의 급류에서 오직 낙오되지 않기 위하여 한국인들은 끝없이 ‘자아’를 버렸습니다. 지식인이 먼저 뉴욕과 도쿄를 복제했고, 예술가가 나중까지 베를린과 파리를 탐닉했습니다. 바로 이 같은 폐허, 자기의 원점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신적 바이러스로부터 한국적 사고의 오리지널리티는 손상을 입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국의 모든 자아사(自我史)는 세계사로부터 소외당합니다.
여기서 생기는 공허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저는 끝없이 온전한 세계를 꿈꾸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존재적 본질은 무엇인가? 내 영혼은 궁극적으로 무엇이 낳은 자식인가?


3. ‘나’라는 달팽이의 껍질에 대하여

‘자아’와 ‘세계’는 달팽이와 달팽이의 껍질처럼 결속되어 있습니다. ‘나’라는 ‘자아’의 달팽이 껍질이 ‘국경’의 크기와 동일하지 않다는 데 우리들의 문화적 곤혹과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국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국가’란 근대 속의 격동기 200년이 만들어놓은 한 쪼가리의 정치공동체일 뿐. 국경의 크기와 대지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한국인들의 인문지리가 자연지리를 이탈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묻게 됩니다. 가령,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남미’ 같은 것, 밀란 쿤데라의 ‘유럽’ 같은 것이 내게도 있는가?
저의 문학적 전망은 언제나 이곳에서 막힙니다.
동양? 혹은 동아시아?
한국에서 유행되는 ‘동아시아연대’의 배경에는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 연대하여 세계로 나가자!”는 엘리트주의의 혐의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언젠가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할 때 내세웠던 ‘대동아공영권’이 21세기적 형태로 변형된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저의 질문이 끝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동아시아로부터 일단 달아나게 됩니다. 근대로부터, 서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사에 대한 인류의 관념을 재편집해버린 19세기, 20세기의 상식들로부터!
그리고 그 제국주의의 아시아진출로 산산이 부서져 버린, ‘저’라는 자아의 달팽이 껍질을 다시 찾게 됩니다. 그랬을 때 맨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몽골반점입니다. 몽골 반점의 사람들은 현재 지상의 곳곳에 흩어져서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모두 문화적 유사성이 발굴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부서진 껍질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종족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동일한 사람들의 연대 틀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일단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차원 낮은 ‘종족주의’ 안에 바로 ‘나’라는 육체를 조각한 자연의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변덕스런 기후와 극심한 추위와 건조한 토양, 초원의 유목생활이 형성시킨 피부색과 광대뼈와 짧은 목, 납작한 코……. 우리의 신체에 기록된 이 지울 수 없는 대지의 그림자야말로 유일한 확실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위에 우리의 불행한 역사가 얹혀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반도 국가의 사람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라시아 대륙을 끼고 살아온 고구려, 발해의 후예들이며, 우리의 노래 속에는 아직도 북간도, 만주, 고비사막, 몽골 초원의 향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코리아’적인 것들은 지금도 연변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우리의 민속학은 끝없이 그 길을 따라 복원됩니다.
그 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필히, 지금은 ‘세계사’ 관념에서 사라져버린 근대 이전의 대지를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유라시아가 동양과 서양으로 찢기면서 서양에게 끌려 다니는 동양이 만들어지고, 그 동양의 귀퉁이 한 쪽에 마치 절벽 가에 나앉은 땅처럼 단절된 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왜 우리가 인류사의 ‘변두리’여야 하며, 농경문화와 유목문화의 생태분계선을 잇고 있는 지구의 한복판이 왜 한쪽은 서양의 귀퉁이로 또 한쪽은 동양의 귀퉁이로 이해되어야 하는 겁니까?


4. 열정

그러나 제가 몽골고원을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가 종족적 귀속감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지상의 거의 모든 예술에서 드러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인간의 시야에서 대지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문명의 어항’ 속으로 도피해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든 도시에서 창작된 소설에는 자연의 무대가 없고 시에서는 대지를 호흡하는 노래가 없습니다. 인간이 갖는 근원적인 욕구들이 우리의 본성을 구성할진대,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전율하는 욕구들은 모두 우리가 대지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춥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무섭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문명이 우리의 삶에서 대지를 내쫓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일은 더 없을 것입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외계인들이 맑은 공기와 물이 그리워 지구를 찾는 것처럼 문명의 어항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필시 자신들의 얼굴에서 사라져버린 대지의 그림자를 그리워하게 되어 있습니다.
몽골의 대지에, 몽골의 초원에, 현생 인류가 급격히 잃어가고 있는 본원적 체험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21세기의 미학적 주제는 여기서 나올 것이며 그 내용은 틀림없이 ‘장엄미’가 되리라는 생각에 저는 지금 부딪쳐 있습니다.
확신하건대 현생 인류의 문화적 고향으로서, 대지 체험이 살아 있는 인간 본성의 수련장으로서 몽골고원은 21세기의 예술가들에게 뜨거운 열정과 창조적 충동을 부추기게 될 것입니다.
황당한 주장을 들려드려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제2주제] 한․몽 예술정책 비교 - 몽골


현대 몽골문화예술의 경향


Ts. BUYANZAYA(시인, 문학평론가)





동방 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분야가 된 몽골의 문화와 문명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역사의 각 시대를 거치면서 또 자신의 특색을 유지하고 발전해 왔다. 중앙아시아의 중심부에 광활한 초원의 주인으로 살아 왔던 몽골인들은 사계절 이동하고 살았던 그들 삶의 가장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가장 큰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목생활에 맞게 발전시켜 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몽골의 문화와 문명은 원래 유목문화문명의 거대한 유산이다.
기원전부터 기원후의 수세기에 몽골민의 문화는 세계의 다른 나라와 민족과 동일하게 하늘과 땅, 구름과 물에 관한 신비감이 가득한 신화적 사고로 창조되어졌다. 이 시대의 몽골민의 신화, 전설, 수수께끼, 속담, 쩌러 욱 등 몽골민들만이 창조할 수 있는 특별한 문학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쩌러 욱에 관한 말(언어)은 말(馬)의 움직이는 리듬의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천지 창조에 대해 여러 나라 민족 신화는 땅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에 대해 집착했던 데 반해서 몽골인들은 하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하여 말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북두칠성의 신화’ 등 고대설화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몽골인들은 자기들이 하늘의 아들들이며 하늘 운명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몽골은 12세기에 이르러 세계의 강국으로 발전하고, 세계 문화와 문명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 이유로는 슬기로운 왕 벅뜨 칭기스칸에게 공이 돌려지고 있다. 바이칼 호수로부터 중국의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대지에서 살았던 몽골인들이 국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전쟁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칭기스칸 당시 몽골은 법을 제정하고 그 법에 따라 민주정치를 하였으며, 세계 여러 나라들의 상호 문화 교류를 추진하고, 사신을 교류하며, 외교를 이루는 등 사회문화의 큰 정책들을 수행하였다. 예를 들면 칭기스칸 시대에 그의 후손들이 이룬 ‘작은 왕들의 시대’에도 이슬람국가들과 사신을 보내고 교류하고 상호 이해하기를 원하고 있었으며 고려인들과 문화 협력 협정서를 체결하고 있었던 것 등을 들 수 있다.
중세기에 몽골인들은 지폐를 만들고, 말을 통해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역참제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오늘날 우편제도의 시초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시대에 몽골인들은 인류문화의 값진 유산이 된 <<몽골 비사>>를 썼을 뿐 아니라 <게세르>, <장가르>, <항 하랑고이> 등과 같은 많은 서사시를 만들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몽골의 어떤 서사시는 겨울동안 밤마다 시를 읊었는데 그 기간이 3개월이 되기도 했다. 이것은 그 당시 몽골인들의 정신력, 문화의 리듬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16 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몽골인들은 인도, 티벳의 영향으로 불교의 문화를 받아 들여 이를 발전시켰다. 이로 인해 몽골의 초원에는 많은 불교사원이 세워졌고, 몽골의 예술, 시, 건축의 양식들은 불교문화를 반영하게 되었다.
이후 불교문화의 영향 아래 변화되고 발전된 몽골문화는 어떤 측면에서는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잃어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유목문화와 정착문화가 융합된 하나의 새로운 발전적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당시 문학, 문화, 종교의 유명한 실력자였던 당짱랍자는 몽골의 고비 지역에서 2층 극장을 세우고 유목민의 극장 문화를 처음으로 소개했는데 이는 나중에 몽골의 연극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또 몽골인들이 목조 인쇄를 하고 금, 은, 무, 동, 놋, 산호, 호박, 진주 등 아홉 개의 보석으로 책을 만든 것도 몽골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의 놀라운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1920년부터 몽골에 유럽의 문화가 강하게 밀려들어와 지난 세기에는 몽골의 문화와 역사가 완전히 서양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20세기에 몽골인들은 오히려 고전예술 문화를 원래대로 복원하고 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예술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많은 예술인들을 태어나게 했다. 오늘의 몽골의 연극, 예술, 오페라, 미술, 문학 등등의 모든 종류가 동일하게 발전하고 세계 문화와 보조를 같이 하는 기초가 된 것이 여기에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20 세기에 몽골이 사회주의의 검은 구름이 덮였다는 것, 그것이 예술가들로 하여금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거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을 막고 있었다는 것인데, 어떤 면에서 그것은 몽골인들의 정신문화를 정지시켰던 역사의 오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1990년 이래 몽골이 민주사회로 체제가 바뀌고 나서야 몽골의 문화 예술은 다시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가령, 첫째, 지금의 몽골문화 예술은 이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둘째, 이전에 일반적으로 세웠던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 셋째, 세계나 또는 다른 나라들과 서로 교류하고 서로 배울 때 서로를 지원하는 문제는 열려있다. 넷째, 전통적인 자랑스러운 민족문화를 그대로 유지 보전하고 앞으로 발전할 기회를 있게 한 것들은 좋은 결실을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몽골의 예술을 세계가 알게 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 민족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면 몽골의 오페라 가수는 세계의 전문 오페라의 가수들과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또한 몽골 작가가 외국어로 책을 쓰고 외국에서 최고의 문학상을 몇 번이나 받았고, 몽골 영화가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 상을 받았으며, 몽골 화가들의 많은 작품이 외국의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몽골인들은 지금 우리의 민족문화, 생활방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보기 드문 소수민족 중의 하나이다. 몽골인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 보일 수 있는 미래의 환상적 유목 문화 문명을 그대로 유지하며 또한 유목 문화 문명의 특징 속에 농경문화를 수혈하여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므로 지금 몽골의 예술 문화는 세계의 구전 예술 문화와 조화하고 민족의 특징을 유지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수행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힘을 얻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이라고 생각한다.




[제2주제] 한․몽 예술정책 비교 - 한국


한국 예술정책의 새로운 방향


양효석(문예진흥원 정책실장)




1. 한국의 예술정책 개관

한국에서 문학과 예술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500년간 통치했던 조선왕조는 시와 예에 능했던 선비가 다스린 나라였다. 소위 지배계층이었던 양반은 시와 노래(唱)를 읊조리고 사군자와 같은 수묵화를 그릴 줄 알아야 지식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왕조 역시 궁중악과 역사를 정비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질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악보를 집대성한 데서 보여지는 예와 악에 대한 숭상과 각종 문집 편찬에서 보여지는 문(文)에 대한 노력 경주를 불러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조직적 체계를 갖춘 근대적 의미의 예술정책이 존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체계적 육성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의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1948년부터 문예진흥법이 제정되기 전인 1972년까지는 주로 문화재보호정책을 중심으로 규제와 통제 중심의 기본적인 문화정책이 추진되던 시기였다. 예술정책이 국가의 시책으로 채택되어 체계적으로 추진된 것은 1972년 이후의 일로, 문예진흥법 제정(1972),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설립(1973)과 제1차 문예중흥5개년계획(1973-1977)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였다. 1977년에는 문예진흥기금 기부 시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혜택을 부여하는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국가가 예술의 지원자로 나서게 되는 정책이 펼쳐지게 되었다.

1981년 제5공화국은 헌법 제8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고 국가의 문화진흥 의무를 명기하였고 제5차(1983), 제6차(1986)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에 문화예술부문계획을 포함시켰다. 내용상으로는 문화시설의 확충과 지방문화육성 정책, 전통문화유산의 개발과 창작여건 개선으로 문화의 주체성 확립, 민족문화의 해외선양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는 문화시설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어 각 지역마다 대규모의 종합문예회관이 건립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독립기념관, 국립국악당 등 대형 문화공간이 신축되었다.

한국에서 ‘예술정책’이란 용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이후 문화부가 설립되면서 부터이다. 1990년 1월 문화부가 기존의 문화공보부에서 독립되고 초대 장관으로 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가 취임하면서 문화발전10개년계획(1990-1999),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1992) 등이 수립되었고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넓히기 위한 국가의 지원정책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 시기에는 특히 문화재정의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문예진흥기금 5,000억 원 조성을 비롯하여 2000년에는 정부의 총예산 대비 문화예산 비율 1%를 초과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상대적으로 국가예술정책이 잘 갖추어진 프랑스의 경우도 1993년에야 비로소 문화예산 비율이 1%를 초과한 것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문화’의 개념도 예술과 문화재, 관광, 체육, 청소년 등으로 넓어짐에 따라 문화부는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로 직제가 변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관리국’에서 ‘문화재청’으로 독립하여 문화재정책을 총괄하도록 하였고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별 문화자치를 추진하게 되어 각종 지역축제가 활성화되고 지역별 문예진흥기금의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2003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술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우선 이어령 초대 장관 이후 관료․정치가 출신이 임명되던 문화관광부 장관에 영화인 출신의 이창동 감독이 부임하였다. 이창동 장관은 그동안의 예술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지난 6월초 1년여의 작업 끝에 ‘창의한국- 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과 ‘예술의 힘-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을 내놓게 된다. 이 두 가지 문서는 향후 문화강국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특히 그동안의 문화예술정책이 임기응변식 단기 처방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을 30년까지 내다보며 설계한 중장기 비전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2. 예술정책에 대한 반성

예술정책은 특성상 탁상의 숫자놀음으로 전모를 제도해내기 어렵다. 예술정책의 생명은 예술현장에 대한 이해에 있으며, 예술현장은 예술정책의 입안지이자 집행지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예술정책은 예술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예술의 고유한 속성인 창의성을 배양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예술정책의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산 1% 달성의 내면에는, 문화예산의 실질적 수혜자는 문화산업이었지 예술이 아니었다는, 예술계의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후기산업사회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복제를 통한 문화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산업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따라서 복제가 불가능한 기초예술의 창작활동이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데 기인한다. 곧 예술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진행되었다.

실제 드러난 통계수치를 통해 기초예술의 상황을 짚어보자면, 우선 예술행사 관람율과 예술인의 재정실태조사를 참고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97년 이후 예술행사 관람율은 영화부문을 제외하고 문학(13.5%→4.0%), 미술전시(27.3%→10.4%), 음악(13.3%→6.3%), 전통(15.4%→5.2%), 연극(20.2%→11.1%) 등 기초예술 전 분야에서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2003년도 통계에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관련 월평균 수입이 한 푼도 없는 경우가 30%에 달했고 100만 원 이하의 수입이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부․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예술인실태조사, 2004>
 특히 문학예술인의 경우 52.0%는 예술활동 월평균 수입이 없으며, 전체의 94.5%가 월수입 5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서도 열악함을 면치 못한다. 물론 많은 부분 경제성에 의해 결정되는 ‘수치’적 통계가 해당 장르의 예술적 ‘허약성’을 즉자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초예술계가 이뤄낸 성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분명 빛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기초예술의 육성은 예술 환경에 관계하는 것이므로, 수치적 가치는 예술 창작 토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작용될 수 있다.

 참여정부의 새예술정책은 이러한 예술의 위기를 막지 못한 예술정책에 대한 근본적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그동안의 예술정책이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자성하면서 첫째, 정부가 왜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지 설득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였고 둘째,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총체적인 비전과 목표가 부재하였고 셋째, 정부가 확보된 재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기존 제도가 충분히 작동하도록 노력했는가 반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현재를 ‘문화산업에게는 기회이나 예술에게는 위기’인 시대로 규정하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예술의 위기는 결국 예술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문화산업에게 주어진 기회를 다시 위기로 전환기키는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예술정책은 문화생태계의 뿌리로서 기초예술을 활성화하고 예술의 가치를 국민의 삶 속에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현대 지식기반사회의 키워드인 창의성을 높여가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겠다.

 
3.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

이러한 예술정책의 뼈아픈 자기 반성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제시를 통해 그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은 창의적인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창의적인 시민’, ‘창의적인 지역공동체’, ‘창의적인 국가’를 표방하고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한 동력은 ‘창의적인 예술’임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잠재력 있는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실험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예술작품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창의적인 예술이 배양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새예술정책은 이러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많은 예술가, 정책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4대 기본방향과 14대 역점 추진과제를 설정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⑴ 향유자 중심의 예술활동 강화
 ① 예술교육을 통한 문화향유능력 개발
 ② 생활속의 예술참여 활성화
 ③ 예술의 공공성 제고

⑵ 예술의 창조성 증진
 ④ 장르별 예술창작활동 지원 확대
 ⑤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활동 지원
 ⑥ 남북 및 국제예술교류를 통한 예술의 지평 확대
 ⑦ 국립 예술시설, 단체의 기능 활성화

⑶ 예술의 자생력 신장
 ⑧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예우 강화
 ⑨ 예술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재교육
 ⑩ 예술의 산업적 발전 지원
 ⑪ 개성있는 지역문화 진흥

⑷ 열린 예술행정체계 구축
⑫ 예술지원시스템을 현장중심으로 전환
⑬ 예술재원의 안정적 확충과 효과적 활용
⑭ 예술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더불어 새로운 예술정책의 방향성이 이전과 달라지는 부분을 다섯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예술정책의 대상과 범위가 전통적 기존장르 중심에서 벗어나 탈장르 및 실험적, 대안적 예술 중시 등으로 확대된다. 둘째, 중앙정부의 역할이 기존의 집행․규제․감독자 중심에서 기획․조정․평가자 중심으로 바뀐다. 셋째, 지원대상이 창작활동중심의 주류․기성작가위주 지원에서 창작․매개․향수 부문에 대한 균형을 지향하고 비주류․신진작가 지원의 지원으로 전환된다. 넷째는 추진체계의 변화이다. 기존의 관 주도 정책결정과 중앙 및 지방정부의 서열화에서 민간의 정책결정 역할을 강화하고 중앙․지방정부 및 민간과 분권 및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쪽으로 변화된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간 주도의 정책수립 기능을 가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며 각 광역자치단체에도 지역문화예술위원회가 설치된다. 다섯째, 정책수단으로는 현재까지의 국고, 기금에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민간 기부 등 재원을 다각화하는 한편 예술환경 변화에 맞게 법,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게 된다.


4. 예술정책의 향후 과제

1) 현장 중심의 효율적인 지원정책의 수행
참여정부의 새예술정책은 현장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다양하고 실현성 있는 과제들로 수립되었으며 예술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것이다. 다만 백과사전식 정책의 집대성이라는 우려와 향후 지원정책의 시행에서 예산의 확보, 추진 주체의 설정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문학분야를 예로 들면, 작가의 안정적인 창작여건 조성과 독자개발, 출판 및 유통의 활성화를 3대 과제로 삼고 있다. 그중 창작지원으로 ①우수 문예지 게재 작품원고료 지원 ②우수 문학작품집 및 문예지 구입 배포 ③문인 창작역량 확대 및 창작소개 개발 지원 ④신진문인 창작활동 지원 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기초예술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은 현재 시안 단계로서 향후 지원정책의 확정과 예산확보, 세부 시행 등 지난한 절차가 남아 있다.
아무리 좋은 조직과 재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효율적인 정책이 수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좀더 세심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화예술계 모두의 몫일 것이다. 과거의 예처럼 ‘만년 계획’일 뿐인 계획으로 끝나지 않기를, 더불어 이러한 토대 위에 문학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찾는 일이 문학 내부에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 지원기구의 전환, 문화예술위원회 설립
정책의 수립의 모태이며, 실재적인 집행을 위하여 문화예술의 성격에 걸맞는 지원 기구는 필수적이다. 참여정부의 새예술정책은 기본적으로 현장 문화예술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중앙 정부의 역할을 집행․규제․감독자에서 기획․조정․평가자로 전환하고 예술정책의 집행을 상당 부분 민간 예술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이양함으로써 민간의 자율적인 정책결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바탕은 변화하는 예술 환경에 예술인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예술정책에 대한 의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예술 현장의 요구가 직접적으로 수용되고 집행될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또한 민간 합의 기구인 점으로 미루어 예산 확보 등, 크고작은 정책 입안에 문화예술인들이 능동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 문화재원의 능동적인 확보
지원의 수단은 재원이다. 모든 여건이 갖춰졌더라도 재원이 없으면 총알 없는 총을 들고 전장에 선 꼴이 된다. 문화예술위원회 출범과 더불어 정책 실현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문화예술 재원의 영세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문화예술기금의 영세성은 문화관광분야의 타기금과 비교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체육진흥기금은 연간 1천5백억 원대의 지원금을 체육계에 투여하고 있고, 관광진흥기금은 융자형태의 지원을 포함해 연간 2천3백억 원대를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정부, <2003년도 기금운용계획안>
 반면 문예진흥기금의 지원규모는 10여 년째 200억 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엔 30여 년간 문화예술재정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던 문화예술기금 모금제도가 폐지되었다. 다행인 것은 금년 4월부터 발효되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을 통해 복권 수익금의 일부를 문화예술분야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복권 수익금의 15%~25%를 문화예술분야에 배분하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열악한 창작환경을 생각하면, 문화선진국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5~10% 정도의 복권기금이 문화재정으로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4) 지역문화 균형발전과 문화분권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문화의 분권과 분산정책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문화기관의 지역 분산>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예산을 보면 2004년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방 문화재정 지원총액은 5,703억원이다. 자치단체의 문화관련 예산은 1조 7,910억원으로 지방 총예산의 평균 2%에 불과하여 선진국의 지방 문화예산 비율(4%)의 절반수준이다. 중앙과 각 지역의 문화예산을 합하면 2조 3,604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치이나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우선 중앙정부의 지원은 광주문화중심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1,400억원)하고 있고 전체의 95%가 시설비 등 자본 지출이 차지하고 있다. 각 지자체의 예산 역시 주로 문화시설 건립비 등 주족한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도 각 지역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이 총 4,288건에 106억원이 지원되어 소액다건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실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새예술정책은 지역분권과 분산이라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문화인력 양성과 운영, 프로그램 운영지원, 문화예술교육의 확대, 민관학 연계를 통한 지역문화 발전체계 정립, 지방문화원 육성,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 기초단위문화마을 조성 등의 다양한 시책(施策)을 내놓았다.
이러한 시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전문인력의 양성, 정책 시스템의 정착, 지역문화재원의 안정적 확보 등이 선결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5) 문화의 다양성과 동북아 문화협력 강화
문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은 ‘주류 문화에 대한 소수 문화의 보호’ 또는 ‘거대 미국자본의 문화 수출에 대한 자국 문화의 정체성 보호’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크린쿼터제’가 바로 문화다양성을 옹호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문화전문가단체 제3차 총회(Third International Meeting of cultural professional organizations in Seoul 2004)는 바로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거대 문화산업 자본이 전 세계의 영화시장의 85%, TV프로그램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문화획일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된 바 있다. 특히 WTO로 대표되는 다자무역체제 하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그 정체성을 증진하기 위한 유네스코(UNESCO) “문화다양성국제협약”체결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한편, 2007년에는 세계문화장관회의를 한국에 유치할 계획으로 추진중에 있다.

또한, 그동안 서구 일변도의 문화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도국에 대한 문화교류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동북아에 대한 문화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은 문화적 동질성, 지리적 인접성 등 문화협력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그동안 순수예술과 전통예술에 대한 상호 이해의 부족과 문화교류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평화와 협력을 통한 동북아 성장의 발판에는 철도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문화교류와 같은 정신적 인프라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 향후 동북아 문화협력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문화에 대한 기초자료와 전문인력의 양성, 지역 간 인적교류의 정례화를 통한 연구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