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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중등부 운문당선작
이름 사무처 이메일


                                        제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 중등부

<운문>

대상
허성욱고향 외 2편


최우수상
유수미거미줄 밑 잠자리 외 4편


우수상
장성지달밤 외 3편
최규열찰옥수수 외 4편


가작
김가영거미 외 2편
이자람그러면 진짜 따뜻해요 외 2편











<중등부 운문 대상>
허성욱고향 외 2편
경주시 월성중학교 1학년



고향


내가 어릴 땐
고요한 세상이었지

시냇물 소리는
노래 소리이고

겨울 강가 물새는
친구들이었지

지금은
길도, 사람도 변하고

저 강의 얼음처럼
마음도 겹겹이 얼어

나의 봄은
깨어진 약속처럼 멀다



들꽃 한송이


키 작은 저 꽃
누가 심었을까?

지나가던 농부도
아이도, 웃게 하는 꽃

울퉁불퉁 자갈길에
무엇으로 심었을까?

길 외롭지 않게
바람 심심하지 않게

하얗게 웃으며
춤추는 아기 꽃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흙이 하는 일 아무도 몰라
오늘도 나는 궁금하다



달빛


밤하늘을
바라보는 동생

돌아가신
엄마 생각한다

달빛을 바라보는 척
나도 엄마를 생각한다



<중등부 운문 최우수상>
유수미거미줄 밑 잠자리 외 4편
산본중학교 1학년



강원도 시골, 멈춰버리다


코가 쩍하고 얼어붙는 매운 날
속사천 흘러서 넓은 강 된 그곳 평창강에서,
동네 낚시 나온 아저씨 여럿
길어서 질질 끌리는 작대기 하나로
내 팔뚝 하나만큼은 뚫어야 물고기가 튀어나올
바싹 얼어붙은 강을 때리고
발을 옮길 때마다 금가는 강은
쩡쩡, 산을 울리는 소리를 내

금 그어진 강 속조차 깊이 얼어
흐르는 것 같아 뵈지도, 소리도 나지 않는
정적이 흐르는 산 사이에
코 안이 덜그럭거리는 나는
쩡쩡 소리치는 강이 무서워,
강만큼이나 갈라지고 갈라진
누런 풀들 밟고 서서는
감자 같은 사투리 귀로 먹으며
손가락 마디만한 사람이,
손가락 두 마디만한 작대기를 들고
쿵쿵쿵, 깨질 듯 안부서지는 강을 치는 것을
멍하게 구경하다가 코를 훌쩍인다



거미줄 밑 잠자리


너는 평범한 잠자리유충에 불과했다
물속을 헤엄치는 너의 형제들과 함께
물고기를 피해서 물위로 나가기를 꿈꾸는
그저 너는 평범한 잠자리유충이었다

너의 형제들은 물 밖으로 기어나가
술렁술렁 허물을 벗어던지며
할머니마냥 쪼그라든 날개를
햇볕 가득 담아 다림질을 할 무렵
얼마의 형제들은 구겨 다린 날개로
물 속 깊이 잠들어버렸다

네가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으려 잡은 곳은
안쓰럽게도 물 속도, 하늘가도 아닌
너를 위한 그물, 그 아래 아늑한 장소

파란하늘보고 한참 꿈을 꾸었을 너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파란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덜컥, 보이지 않는 투명한 그물에 걸렸다

저 위에서 다닥다닥 붙은 다리의 어부가
꿈도 펴보지 못한 수확물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봄날


1.
잡복한 검은 개
포위한 노란 개들
가난한 사람들을 뜯어먹는
배부른 돼지들

2.
아버지가 입산한 그 아이, 동네 아이들에게 한참을 놀림 받았다. 빨갱이 자식이라서 동네 애들과 같이 놀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는 얼굴이 빨갛지 않은데, 우리아버지는 빨갱이가 아닌데, 따돌릶 받은 아이는 주먹을 움켜쥐고 저 멀리 산만 쳐다본다. 속으로 속으로만 아버지 하고 외칠 뿐이다. 그젠 어머니가 경찰들한테 잡혀가더니 오늘에서야 골골 부어터진 얼굴로 돌아오시었다. 단지 아버지가 산에 올라갔을 뿐인데, 그냥 산에 올라간 것뿐인데,

3.
따뜻한 봅날,
지리산 가득 동지들의 피맺힌
붉은 진달래 꽃 피어나는 날,
산에 올라간 아버지들
이리저리 쫓기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탕탕, 개가 짖는다

* 지리산 빨치산 박물관을 지나며…
길 위에 노숙자


새는 날지 않았다

길 가득 발에 채일 것 같이
발발 빠르게 걸어 다닌다
하는 일없이 쓰레기나 뒤지고
누군가가 던져준 먹이를 건져먹는
노숙자처럼 축 쳐져있는 새
꿈도 없는 게, 희망도 없어서
퉁퉁하게 오른 살을
발발거리는 발 위에 얹고 산다

지나가고 나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을
길 바닥에 세 가닥 도장을 찍고 다닌다
티 하나 나지 않아도 걷는다
생각해보면, 평화라던 그 새가
날아가는 것을 한번이라도 봤었을까

어! 오랜만에 그새 하늘로 솟구쳤다
파래서 눈부신 하늘에
회색으로 드디어 점 하나 흔적을 남겼다



비타민C의 과다복용


겨울엔 감기가 많아 비타민C가 필요해,
둥그런 귤을 까만 비닐봉지에 가득 실어온 엄마
빤빤한 방바닥에 화악 비타민C를 쏟아놓는다

퉁퉁 바닥에 몇 번 떨어뜨리고
뭉특한 손톱으로 꾸욱 눌러서
물이 타탁 튀는 껍질을 벗겨내면
엄지손가락 지문사이에 낀 하얀 귤 속껍질

여름엔 벌겋게 봉숭아물들이던 손톱
겨울 내 방에서 구르는 노란 귤물 들어가는 손가락
엄마가 담아온 비타민C는 껍질만 가득 쌓인다

내 손에 배어버린 노란 귤물 마냥
귤껍질 맛 나는 내손가락 살껍질
귤 향기 배어버린 뜨신 방바닥

비타민C의 과한 복용으로 인해 겨울 내내 나는
손가락마다 노래진 부작용만 남았다





<중등부 운문 우수상>
장성지달밤 외 3편
언남중학교 2학년


달밤


샛별은 떠서 마늘 하늘에 젖을 물리고
마실 나온 구름은 깜박깜박 조는 별들을 스치고 흘러간다

햇빛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맑은 얼굴의 화분은
너를 기다리는 내 마음을 작게 빛내고 있다
네가 떠 오르면, 네가 떠 오르면
나는 너로 가득 찬 물잔을 가지고 조각배를 탈 테다
너를 기다리고 있다, 호수 위에서
이제는 너의 모습 비치는 나의 눈을 보아라



빨간 지붕 집으로 오세요


바람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요
난 오늘도 당신을 위해 펜촉을 들었죠
빨간 지붕 위에 하얀 모자를 쓰고 앉아 있어요
당신이 말해준 대로 소매는 약간 내리고

당신이 좋아하던 모습으로 앉아 있어요

낮은 울타리 빨간 지붕 집으로 오세요
낡은 상자가 있는 헛간도 있고요
말라버렸지만 선인장도 있답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에요

낮은 울타리 빨간 지붕 집으로 오세요
내겐 오래된 친구가 필요해요
당신이 사준 하얀 모자를 썼고

소매를 약간 내린 스웨터도 입었어요

바람이 우리 집 세 번째 창문을 지나갈 때
나는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조금은 울고 있겠어요



좋아하나 봐


좁은 교실 빳빳한 교복 속에서
터져나오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어.
창 밖에는 비가 오고,
여기에도 비가 내려.

그 애는…

선생님이 5분 일찍 끝내 준대서
창밖에 있는 급식차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네.
내가 앉아있는 곳은
그 애까지 아홉 발을 더 디뎌야 돼.
선생님이 분필을 집어 들고 딱딱거리고 있는데
이상하게 난 그 애 이름만 필기하고 있어.

선생님도 방글빙글, 그 애 얼굴도 빙글빙글…
창 밖에는 비가 오고
여기에도 비가 내려.
선생님이 교탁에 놓인 책을 집어들고
나는 계속 옆만 바라보고 있어.
여기서 아홉 번이나 움직여야 돼…
그 애까지 여기는 너무 멀어.
지루해서 못 참겠어.

창밖에 비가 내리고,
여기도 비가 내려.
웃기지만
난 그애를 그리고 있어
창밖에 비가 그쳤는데, 여기에는 계속 비가 내려.



일기예보


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학년 일반 백승아의 뇌는
목요일에 발송될 성적표 저기압의 영향으로
다가올 설 연휴까지 추위와 눈보라가 예상됩니다
백승아의 뇌세포들은 손상에 대비해
‘핑계’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학년 삼반 장성지의 뇌는
오는 2004년 2월까지의 시 응모 마감 저기압의 영향으로
심하면 뇌 혼란 토네이도를 동반한 폭설이 예상됩니다
장성지의 뇌세포들은 과격한 활동에 대비해
‘여러가지 엄살’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의; 이 일기예보는
2월 24일까지의 기상 예측이며,
일기예보의 필요사항을 지키지 못할 시
신상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 서울 언남 중학교 기상 캐스터 나천재 였습니다
메일주소는 뇌구하기@엄마앞에서.넷입니다




<중등부 운문 우수상>
최규열찰옥수수 외 4편
울산광역시 신정중학교 1학년



찰옥수수


찰옥수수 하나에 담긴사랑
사랑의 옥수수 한 알 한 알이
목으로 들어갈 때마다
귓가에 맴도는 소리

이게 마지막이야
이게 마지막이야
그만 코끝이 매워진다

편찮으신 할머니
농사를 그만 두신다는 말씀에
나는 마지막 사랑이 든
옥수수를 떨어뜨렸다

이제 옥수수 못먹어?

어린 동생의 철없는 한 마디에
말없이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
한 잎 베어 문다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옥수수를 적신다


광복절


광복절, 거리거리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태극기 안에서 조선, 조선의
함성이 들린다
더 크게 더 크게 조선이 펄럭인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조선의 냄새가
내 가슴에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내 몸에서 조선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



갯벌은 살아있다


숨을 죽이는 조용한 경계
갯벌 속에 숨은 생명들
구멍 하나 하나에
정적이 흐른다
구멍 속에 던진 나의 손 미끼
따끔따끔 나의 손 미끼에
게 한 마리 걸려들었다
정적이 끝나고 경계는 끝을 맺는다
별빛은 반짝거리고
갯벌은 비로서 마음의 문을 연다
새 생명의 탄생, 갯벌은 살아있다



별똥별 떨어질 때


참으로 오랜만이지
밤하늘의 별들
사자의 눈물 같았다
그 눈물, 별이 되어
내 가슴속으로 쏟아졌다
도시 속을 방황하던 나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
구속되어있던 마음
쏟아지는 별빛에 녹아 내리고
사자의 발톱처럼
날카로웠던 마음도 모두 녹았다
별똥별 떨어질 때



낚시꾼


강 둔치에 앉아
내리쬐는 햇빛 받으며
저 만치서 낚시하는 낚시꾼
낚시대를 물에 담글 때
자신의 소망을 담근다
고기가 낚여 올라 올 때면
낚시꾼의 소망도 낚여온다
뜨거운 오후
낚시꾼의 소망을 담근
낚시는 계속된다
그의 소망은 어디까지인가!
낚시의 노동이 끝날 때쯤
낚시꾼의 소망이
커다랗게 하늘로 솟는다
소망은 물고기처럼
망태기 안에서
넓디넓은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중등부 운문 가작>
김가영거미 외 2편
덕산중학교 2학년



거미


당신의 뒷꽁무니에서 나오는
가난이라는 가느다란 밧줄.
이 밧줄은
나 애기 적부터
보아 와서
낯설지가 않습니다.

꽁꽁 묶어
바람 한 점 통하지 못하도록
동여 매버린
우리 집.

힘든 일
험한 일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로부터 만들어진
당신의 팔근육이
왜 그리도 안 되어 보이는지.

어떻게
가난에 못 이겨 사는 사람이
그 독한 소주병에는
항상 이기는 지.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가난이라는 가느다란 밧줄에서도
무명실 만큼이나 질겨버린
희망을 찾았습니다.

내일은
금이 가버렸지만 제 구실을 하는
유일하게 당신을 볼 수 있는
저 작은 거울에게
당신의 모습을 비춰보세요.
당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단추 구멍


단추 구멍만한 눈으로
이 곳 저 곳 찾으려해도
나 있던 곳은 찾을 수 없네.
우리 어린 엄마의
작은 뱃속에서는
어린 엄마에게 얻어먹으며
자식의 궁전이라는
자궁 속에서 열 달을 보내고.

단추 구멍만한 입으로
엄마를 불러도
날 낳은 엄마는 찾을 수 없네.
우리 어린 엄마의
작은 귓속까지
내 목소리가 들릴 때쯤이면
날 찾아오려나.
차가운 요람에서 이 년을 보내고.

단추 구멍만한 귀로
엄마 소리 들으려 해도
날 낳은 엄마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네,
우리 어린 엄마의
작은 입으로
얼만큼 소릴 질러야
내 귀에 들리려나.
이 곳 저 곳 둘러봐도
관심 없는 학교에서 10여년을 보내고.

단추 구멍보다 커진
내 눈, 내 입, 내 귀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나,
우리 둘이 받은
단추 구멍만한 세상이 준 아물지 못한 상처는
누가 아물리게 해줄텐가…….


어린 날의 풀피리 소리


나 어릴 적
아주 촌에 살 때
내 친구들은 모두 자연이었다.
집 앞마당 사이로 흐르는 도랑
그 옆에 무성한 잡초와
돌맹이들과
개미 기어다니던 흙.

엄마가
아침설거지를 할 때
밥그릇에 슬쩍 세제 한 그득.
구멍가게 할아버지께 얻어온
긴 빨대로 후 불면은,
방울져 공기 속으로 날아가 버리던
비누 방울 표면에
학교 가는 오빠 모습 그려보았지.

마루에서
물개 모양 베게 베고
산들바람 소리에 스르르
꿈에 파묻혀 버리곤 했었던 어린 나.

이제는 그 때가 머나먼 어제가 되어
귓가에는
여름날의 풀피리 소리만 가득.
아둥그러지는 내 어린 날.




<중등부 운문 가작>
이자람그러면… 진짜 따뜻해요? 외 2편
부천 성곡중학교 3학년



그러면… 진짜 따뜻해요?


한 동네에
전기가 나갔다.
하나쯤은 켜져있을 줄 알았던
기대조차 터무니 없이
그 동네는
전기가 완전히 나가버렸다.

들어올줄을 모르는 전기앞에
그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있던 어린아이의 손을
이미 마르고 차가운
그 어린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두툼하고 따뜻한 손…

허나,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두툼하고 따뜻한 손은
주머니속에 감춰진지 오래다.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던
기대조차 터무니 없이
그 동네는
인심이 나가버렸다.


슬픈 쓰레기통


우리집 더러운거
다 받아 먹고도
발만 밟아주면
얼른 또 입을 벌리던 그.

그의 귀퉁이는
우리집 강아지 때문에
부러졌습니다.

말썽만 부리는
강아지는 콧잔등 한대맞고,
우리집 더러운거
다 받아 주던
그는 분리수거통으로
버려졌습니다.

세상은 귀퉁이가 잘린
그의 아픈목소리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우리집을 깨끗하게 해주던
그의 소중한 업적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까닭


눈 한번 딱 감으면
그럴 수도 있을텐데…
상처줄 수 있는데

귀 한번 막아보면
그럴 수도 있을텐데…
혼자 잘 살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까닭은
내 눈을 가리지못하여
내 귀를 막지못하여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내 마음을 가리지못하여
내 마음을 막지못하여
그러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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