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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산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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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심사평

산문, 소설 부문

금년도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중학생 부문엔 모두 3l명이 31편의 산문을 보내주었다. 응모작들 대부분이 신변잡기적인 수필이었지만 예년에 비해 각종 평론과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산문들이 늘었다는 건 특기할 만한 점이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다양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글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뛰어난 개성일지라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선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심문옥의 <내복 같은 사람이 될래요>에는 내복을 대하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화자가 삭막한 사회 속에서 내복처럼 따뜻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표현되지 않아 글의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따로 노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글의 주제를 억지로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박현진의 <나의 어린 시절>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 아이의 시골 체험담이다. 공동체 속에서 보낸 한 시절의 풍요로운 기억들이 다양한 삽화에 실려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삽화가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중요한 삽화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글의 풍요로움은 수많은 사건의 나열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려내어 입체감을 부여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이가람의 <신발>은 8살짜리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쓴 소설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며 일관된 톤으로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힘도 사줄 만하다. 그러나 소설 말미에 갑자기 제3의 인물인 아저씨가 나타나 갈등 해소의 모든 실마리를 주는 건 다소 안이한 처리라 여겨진다. 결과가 뻔히 예상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전유니의 <녹색 도시를 꿈꾸며>는 신변잡기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환경 문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환경 문제는 단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삶과 인간에 대한 문제임을 읽어내는 성숙함도 엿보인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보다는 이런저런 자료를 열거하는 데 더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고 구성도 산만한 편이다. 벽돌을 그저 늘어놓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선 어떤 벽돌을 어디에 어떻게 놓고 쌓아올려야 하는지를 좀더 숙고한다면 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희원의 <잊혀져 가는 얼굴>은 외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사랑을 차분한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과장도 현란한 수사도 없지만 화자의 담담한 태도는 어느덧 우리를 감동으로 끌고 간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사랑이 단지 위에서 아래로, 그렇게 일방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그 역방향으로도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감동이 증폭되는 글이다. 외할머니의 모습이 분홍빛 코끼리 인형과 국화꽃으로 전이되면서 인물의 이미지가 보다 풍부해진 것도 이 글의 장점이었다.
어쩌면 문학의 힘이란 표나지 않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당선자 모두에게 축하를 전하며 앞으로도 계속 정진해주길 바란다.

고등부 소설에는 모두 136명이 136편의 단편소설을 보내주었다.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응모작이 늘었는데 그에 걸맞게 작품들도 매우 다양해진 편이었다. 판타지나 추리물은 물론이고 고증까지 거친 후 밀리터리 소설이라 이름 붙인 특화된 장르의 소설도 있었다. 심지어는 자기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작 화보를 첨부하거나 자기 소설에 대한 평론을 덧붙이는 경우까지 있었다. 청소년들이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왕따 문제나 부모의 이혼을 다룬 소설도 많아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의 일단을 엿보게 했다.
응모작들의 평균 수준은 기대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기와 소설적 객관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비교적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공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복남매의 사랑, 사악한 계모, 돌연사, 불치병 등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유행처럼 다뤄지고 있는 것들을 곧바로 소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주노동자나 장애인 문제, 전쟁, 통일과 같이 진지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 또한 상투적 전개를 반복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각 없이 겨우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어 아쉽기 짝이 없었다.
물론 소설에 적합한 소재와 그렇지 않은 소재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소설에선 절대 쓰지 말란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글쓴이가 처한 현실의 모습이 그러하다면 그는 컴퓨터 게임 같은 스토리로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 스토리와 그것을 소설로 쓰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다. 게임 스토리는 게임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건 게임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색다른 소재를 찾아 헤매고 기교를 연마하기에 앞서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왜 그것을 다른 무엇이 아닌 소설로 써야만 하는가?’
김하늬의 <잔향>은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인물 묘사도 군더더기 없이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이 산만하다. 어느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인지, 화자의 위치는 어디인지가 자주 불분명해진다.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그것들을 어떤 순서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설프게 편집하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하게 장면을 이어가는 게 훨씬 아름답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김지영의 <연가시>는 연가시라는 생소한 제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상징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문체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절망에 이르는 과정은 구체적으로 그려진 데 반해 다시 희망으로 가는 과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적 결말을 맺고 있어 성급하고 작위적이란 느낌을 준다. 그런 결말을 맺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계기도 없이 연가시라는 상징 하나만 가지고 결말에 이른다는 건 어불성설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아람의 <열리지 않는 문>은 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너무 생생해서 바로 눈앞에 그려질 정도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나머지 직유법이 남발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장면에 좀더 오래 머물러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휴대폰 메시지를 삭제하는 결말은 매우 깔끔하나 앞의 사건들이 모두 꿈으로 처리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내면과 외면을 자연스럽게 오가던 문체에 걸맞게 소설의 구성도 꿈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단 다소 모호하게 처리하는 편이 좋았을 듯 하다.
유선화의 <둥지 없는 새의 유랑>은 이 땅에서 혼혈아로 살아가는 자들의 비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지 않는 생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다른 응모자들에 비해 소재를 잡아내는 시선이 성숙한 편이다. 이백의 삽화도 소설 속에 잘 용해되어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그러나 혼혈아의 비애를 보여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관념적인 설명으로 대체하고 있는 까닭에 소설을 읽는 동안 화자가 혼혈아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건 지적해야겠다. 소설의 힘은 사설이 아니라 묘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상 수상작인 김주미의 <벙신과 딸>은 군더더기가 없는 작품이다. 사건이 분명하고 대화도 실감나며 심리묘사도 대단히 탁월하다. 특히 사랑이 아닌 척 하면서 사랑을 말하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그 결과 우리가 만나게 되는 건 사랑으로 사랑을 말하는 작품보다 두 배, 세 배나 더 큰 감동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상을 주지 말아야 할 그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든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아울러 비록 입상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패기만만한 청소년들, 그들의 수많은 개성과 다양한 가능성들에게도 마음 깊이 격려를 보낸다. 한국문학의 미래가 좀더 생기 있고 다채로워질 거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바로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소설을 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예심(산문.단편소설) : 이현수오창은김현영
본심(산문.단편소설) : 송기원김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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