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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서자료- 1989.4.8 남북작가회의 관련자 구속 등 최근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름 관리자


                                        남북작가회의 관련자 구속 등
최근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민족문학작가회의 1989년 제4차 이사회 결의문

정부당국은 최근에 우리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추진하던 남북작가회의 예비회담을 봉쇄한데 이어 준비위원장인 본 회의 고은 부회장을 구속하고 나머지 예비회담 대표들을 입건했으며 본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문익환 목사의 방북소식을 빌미삼은 대대적인 민주세력 탄압조치의 일환으로 본회 전체를 "본격적 수사"의 대상이 될 국가보안법 위반 5개 단체의 하나라느니, "이적성이 짙은" 18개 재야 단체의 하나라는 등으로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당국 스스로 사회불안과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본 회는 1989년 제4차 월례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끝에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공표하기로 결의하였다.

● 남북작가회의 문제에 관한 그간의 경귀
1. 먼저 남북작가회의 문제에 관한 그간의 경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애초의 제의는 7·4남북 공동성명 열 여섯 돌을 눈 앞에 둔 작년 7월 2일 "남북작가회담을 제창한다"라는 본회 회장단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었고, 이에 대한 북한 측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명의의 1989년 2월 17일 자 반응이 공개서한의 형식으로 평양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다고 하는 바, 그 전문은 국토통일원 당국자에 의해 고은 부회장에게 전달되었다. 이에 본회는 2월 18일 정례 이사회에서 남북작가회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으며, 3월 4 일이 위원회의 기자회견을 통해 3월 27일 판문점에서 예비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 하였다. 이를 수락하는 북측의 공개서한 역시 평양방송이 보도했고 본회는 내외통신의 협조로 그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3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5명의 대표를 예정된 날짜에 판문점 중립국감독회의실에 파견할 의사를 발표하였고 이튿날 문공부·국토통일원·한미연합사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3월 24일 문공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예비회담을 불허한다는 정부방침이 발표되자, 3월 25일 준비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결정으로 회담이 불가능해 진 것은 객관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되 그 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뜻에서 3월 27일 아침 예정된 시각에 출발항 판문점 방향으로 합법적으로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곳까지, 즉 임진각까지 가서 항의성명서를 발표하고 오기로 결의하였다. 이 결의에 따른 대표단 및 동승한 회원 등 총 26인을 당국은 임진각에 닿기 전에 전원 마포서로 연행했던 것이며, 54시간에 걸친 감금 끝에야 3월 29일 대표단 5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전원 귀가시켰다. 그런데 4월 1일 다시 고은 부회장을 자택에서 연행하여 4월 3일 이재오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고 고은·신경림·백낙청·현기영·김진경 5인에 대한 출국정지조취를 취했으며, 4월 3일 오후 본회 사무실을 수색하여 몇 가지 대수롭지도 않은 자료를 압수해 갔다. 현재 고은 부회장은 성동경찰서에 유치된 상태로 다른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 본회의 고은 부회장 구속영장의 허구성
2. 고은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용된 법조는 국가보안법 제8조라고 한다. 즉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측과 교신했고, 3월 27일에 그들과 회합코자 예비음모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여당조차 개정을 약속했던 희대의 반민주 악법이요, 통일을 가로막는 반 통일법으로서, 민족의 통일 염원을 대변한 문인들의 남북화해노력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반민족적인 폭거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이 법은 그동안 박철언·정주영 씨 등의 방북과 수많은 남북접촉으로 이미 사문화된 상태이며, 정부의 "사전승인"이 있는 경우 범법행위가 합법행위로 바뀐다는 당국의 주장은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전제군주적 발상이다. 그러나 백보를 물러서서 실정법의 존재와 당국의 주장을 일단 인정하더라도, 이번 본 회에 대한 탄압이 정부 자체의 논리로도 가당치 않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1988년 7월 2일자 본 회의 제의는 북쪽의 특정인사나 단체를 지목하지 않은 선언적 제의였고 이때 이미 남북한 행정당국의 협조를 요망했던 터이며, 이러한 협조요청에 통일원 당국이 호응하여 조선작가동맹의 공개서한 내용을 본회에 전달해 줌으로써 비로소 "교신"이 성립됐던 것이다. 그밖에도 통일원, 문공부 등 관계당국과 고은 부회장 등 본 회 간부와 여러차례 진지한 접촉이 있었음은 여기서 굳이 상술하지 않겠다. 둘째, 우리가 3·2예비회담을 엄격한 통제구역인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안했던 것 자체가 정부측의 협조를 전제한 것이며, 정부가 뒤늦게 불허방침을 밝혔을 때 예비회담 대표단이 취한 행동은 판문점 회담을 강행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임진각까지의 여행을 통해 우리의 항의를 표시하려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행위였다. 당국은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애당초 경찰이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불구속 입건으로 방침을 바꾸어 전원 귀가시켰던 것이다. 일단 불구속 입건한 사안을 아무런 추가 혐의도 없는 상황에서 구속처리한 것이 관례에도 어긋나고 무원칙한 처사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범문단조직으로서 가장 정통성 있는 문학단체이다
3. 이처럼 터무니없는 이유로 고은 부회장을 구속하고 본회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운운하는 것은 최근 정부가 문 목사 방북사건을 계기로 민주세력 탄압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작태의 일부임이 누가 보나 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우리는 민주·자주·통일을 열망하는 이땅의 모든 세력과 뜨거운 연대의식을 지니고 잇지만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체는 결코 "재야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본 회는 500명 가까운 현역문인들로 구성된 범문단조직으로서 회원 수로 따져도 한국의 3대 문인단체의 하나이며 성원들의 문학적 역량과 권위로 친다면 이 땅의 으뜸가는 문학단체라 말해도 결코 자화자찬이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회원 중 절대다수가 제도권 안에서 활발한 문필화동을 하고 있으며, 문예진흥원에서도 88년에 이어89년에도 본 회의 공식사업에 대해 사업지원금을 배정하고 잇는 실정이다. 이러한 본회에 대해 당국이 이적단체혐의를 언론을 통해 유포하는 것은, 고은 부회장의 구속 명분이 궁색함을 호도하기 위한 비열한 수법이거나 민족민주운동 전체를 협박하려는 치졸한 심리전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 현정권의 민주화운동단체에 대한 /'/좌익폭력세력/'/ 운운 음모를 규탄한다.
4. 문익환 목사의 북한 방문 성과에 대한 우리의 최종적 평가는 문 목사가 귀국하여 스스로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가진 뒤에 내리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가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만으로도 그는 우리가 처음부터 확신했던 것처럼 분단의 장벽을 헐고 통일에 기여하려는 충정으로 갔었다는 점과, 당국과 일부 언론이 그의 방북동기뿐 아니라 구체적인 관련 사실들을 왜곡하고 일방적인 매도에 급급해 왔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우리는 당국의 이러한 반응이 근복적으로 5공청산과 광주진상규명, 중간평가 약속이행 등을 못 한 정권의 정당성 결핍에서 온다고 보며, 동시에 현대중공업의 파업에서 발단된 최근의 울산사태에서도 보듯이 근로대중의 당연한 생존권 주장을 공권력으로 억압하는 정권의 반민주적·반민중적 송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싸워온 단체들을 "좌익폭력세력"으로 몰아서 탄압하는 행위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켜 6공으로 하여금 5공의 전철을 밟게 만들 것임을 엄숙히 경고하는 바이다.

● 문익환·황석영 씨에 대한 사법적 제재는 민족의 통일염원을 짓밟는 처사이다.
5. 한때 문익환 목사와 동행했다는 오보로 작금의 여론조작에 동원되기도 한 본 회 민족문학연구소장 황석영 소설가의 방북에 대해서도 우리는 비록 그가 본 회와의 협의에 따른 공식대표로서의 방문은 아니지만, 우리 회원 및 우리 민족의 통일염원을 몸으로 실천하려는 충정으로 결행한 일임을 확신하며, 그가 성과있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여 자유로운 작품활동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익환 목사나 황석영 씨에 대한 사법적 제재는 민족의 통일 염원을 짓밟는 처사일 뿐 아니라 법률적용의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 소위 /'/자유민주체제 수호/'/ 이름으로 자행되는 반자유·반민주적 문화탄압을 중지하라.
6. 문목사 사건 이전부터도 현정권의 반민주성과 이른바 7·7선언의 기만성은 북한자료출판에 대한 탄압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본 회 고규태, 강태형 회원을 비롯한 출판인들이 구속되었으며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압수 수색이 자행되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탄압을 더욱 가증시키고 있는데, 문제의 자료나 사상의 전파를 차단하는 데 하등의 실효도 없는 이런 무모한 정책은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전권의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활용하려는 얄팍한 속셈의 결과이며 "자유민주체제 수호"의 이름으로 반자유·반민주적 도당들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상투수법이다. 우리는 다른 문화단체들과 더불어 이에 대항 항의의 뜻을 거듭 밝혀왔거니와, 이제 다시 한번 구속출판인들의 즉각 석방과 문화탄압의 중단을 본회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집약한 이사회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 우리는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7. 끝으로 우리는 이번 예비회담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허심탄회하게 문학을논의하고 통일을 다짐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밝힌다. 이는 어떠한 고난을 감수하더라도 이 땅의 작가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민족의 준엄한 명령이요 민중의 절절한 요구이다. 우리는 정부당국도 이제까지 무원칙하고 비이상성인 대응을 반성하고 성실한 협조의 자세로 돌아설 것을 촉구하며, 그 첫걸음으로서 고은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고 본 회에 대한 탄압과 중상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1989. 4. 8
민족문학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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