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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서자료-1994. 5.26 -작가 황석영씨 상고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이름 관리자


                                        <성명서 자료③>

대법원은 보수수구세력의 최후 보루인가,
문민시대 대법원은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
-작가 황석영씨 상고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거꾸로 가는 시계를 끌어안고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대법원 형사2부(주심천경송 대법관)의 냉전적·수구적 판결 앞에서 우리는 통탄과 분노의 심정을 가눌 수 없다.
지난 24일, 대법원 형사2부는 작가 황석영씨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통해 변화와 개력의 시대에 걸맞지 않는 과거의 냉전적 시각을 고수함으로써 군사정권치하와 전혀 다를바 없는 대법원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말하자면 이는 제1, 2심 재판부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응하고 국민의 법감정상 대체로 납득이 가는 상식선에서 작가 황석영씨 사건을 판결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시대의 추세에 뒤떨어지는 황당무계한 법리적용을 고수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치를 실추시킨 중차대한 법리 오해를 자행한 것이다.
대법원 형사2부는 작가 황석영씨 사건을 다룬 판결문을 통해 제1, 2심 재판부가 무죄로 선고한 국가기밀누설혐의에 대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이더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 유리한 자료가 국가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라고 기존의 보수적 관례를 새삽스럽게 상기시키면서 "국가기밀 부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대법원 형사 2부에 /'/기밀/'/이란 말이 지닌 /'/사전적 의미/'/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밀/'/이란 다름아닌 /'/널리 알려지면 안될 중요한 비밀/'/이란 뜻이다. 대법원은 어찌하여 국민 일반의 최저 상식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질과 식견을 지니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기밀/'/이란 용어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 내용을 그토록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된단 말인가? 대법원의 이번 판결대로라면 /'/기밀/'/이라는 것이 따로 없는 셈이 된다. 이것이 과연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맞는 온당한 판결인가?
장기표 이부영, 김근태씨를 사귀게 된 경위와 그들의 성품에 대해, 다시 말해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작가 황석영씨 나름의 견해를 밝힌 것이 과연 국가기밀에 해당될 수 있단 말인가? 아울러 90년대 통일운동의 전망의 밝다라고 대화도중 한마디한 것이 무슨 근거로 국가기밀로 분류될 수 있단 말인가? 공공의 잡지나 신문지상을 통해 누구나 취득할 수 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미군의 존재 유뮤와 노태우군사정권치하의 핵관련정보 등이 대체 오늘의 시점에서 어떤 판단과 근거로 국가기밀로 치부되어야 한단 말인가?
대법원 형사 2부는 북한 측에 유리하면 개인의 성품에 대한 사적인 결해를 밝히는 것도 /'/국가기밀/'/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 도대체 북한측이 이러한 정보를 통해 그 어떤 이익을 보았고, 대한민국이 그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 우린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기밀/'/이란 말뜻에 합당하게 합리적인 법구해석을 해야할 대법원이 공안검찰과 한몸이 되어 국민일반의 상삭에 벗어나 자의적인 법리 적용으로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 일컬어지는 황석영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해도 된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제1, 2심 재판부는 공안검찰이 작가 황석영씨에 대해 악의적으로 적용한 공소사설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국가기밀누설/'/ 부문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설복할 수 있는 논리로 합리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아니할 수 없다.
즉 제1, 2심 재판부는 그 판결문을 통해 "국가기밀이란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로서, 황씨가 누설한 정보가 기밀로서의 실질적 가치가 없고 일부는 국내 전문가의 의견 또는 견해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북한측에 알려지고 확인된다고 해도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되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정보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그 무죄 판결의 이유를 판시했던 것이다.
우리는 또한 제1, 2심 재판부가 문민시대 사법부의 위상에 걸맞게 작가 황석영씨의 순수한 방북동기와 목적을 알기 위해 10여 차례 이상의 공판을 진행하면서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해왔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독 대법원 형사 2부만이 과거 군사정권시절과 하등 다를바 없는 공안검찰의 냉전적 시각만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정서를 저버리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대법원이 구태의연한 시각으로 변화와 개력을 외면한다면 과연 그 누가 오늘의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최고 법관으로서 마땅히 지녀야할 자질과 식견에 대해 그 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작가 황석영씨는 조국의 분단을 극복하려는 충정으로 북한 방문을 단행, 방북 이후 약 4년간에 걸친 정치적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그 무엇보다도 지진출두의 형식으로 문민정부의 개혁정책에 동참하기 위하여 귀국하였다.
작가가 귀국하기 직전 현정부와 검찰은 그의 귀국을 화영한면서 3·6사면정신에 걸맞게 최대한 관용을 배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과 사법부는 모국어의 품으로 돌아온 우리시대 가장 소중한 작가에게 징역 6년형도 모자라 가혹한 형벌을 또다시 덧씌워도 된단 말인가?
작가 황석영씨가 투옥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을 비롯한 지금껏 전세계 40여국의 인권단체·문인단체에서는 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수백통의 탄원서를 정부당국에 보낸 바 있음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한국의 정계·재야인사 및 문화예술인·애독자 14000여명의 석방탄원 서명지를 청와대 김영삼대통령과 김두희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바 있다.
그만큼 작가 황석영씨 투옥사건은 나라 안팎의 비상한 관심사항인 것이다.
현정부와 사법부는 그에게 들씌워진 온갖 악의적 혐의사실을 즉각 파기시키고, 작가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일대 단안을 내려줄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1994년 5월 26일
작가 황석영 석방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송기숙(작가·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염무웅(문학평론가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 공동의장)
강연균(화가·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공동의장)
김원일(작가·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인권옹호위원장)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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