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
2024년 12월 3일을 기억하는가. 외침에 대비해야 할 군대가 총검으로 국민을 겨냥하며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로 난입했던 밤을. 일상을 마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던 평온한 밤이 침탈당했던 날을. 그날, 우리는 일상의 평온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망상에 빠진 한 사람과 그의 추종 세력에 의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음을, 인간이 언제든지 ‘수거’되고 ‘처분’될 수 있음을 명확히 깨달았다. 그날, 시민 대중의 용기와 헌신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한 폭의 지옥도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윤석열의 내란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광장의 열망으로 이루어진 탄핵소추와 구속영장 청구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관저에서 보름 이상 농성하며 위법적인 저항을 시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11차례의 변론 과정에서 윤석열은 온갖 궤변과 요설로 자신의 범죄를 부정했고 정당화를 꾀함으로써 국가의 정상화를 지체시켜 왔다. 그리고 3월 8일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윤석열의 구속취소가 이루어졌다. 시대착오적인 광기를 예측하지 못한 입법의 미비에 국가기관들은 혼란에 빠져 있으며,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법비들이 미소한 흠결을 내세워 정의와 민주주의를 교란시키고 있다.
헌법 수호의 한 축이 되어 내란에 맞서야 할 여당, ‘국민의힘’은 오히려 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수괴의 인간 방패를 자임하여 혼란을 가중시켰다. 반지성주의와 광기, 가짜뉴스가 난마처럼 얽힌 극우 집회에 참여한 그들은 박정희로부터 전두환과 윤석열 등 이름만 달라진 위헌적 내란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우리 앞에 명확히 드러낸다. 공동체가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헌법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권력의 향배에만 초점을 맞추며 복종하는 그들은 윤석열 이후 언제든지 또 다른 내란 세력의 숙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맨몸으로 계엄군과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 추운 새벽 남태령의 농민들과 손을 맞잡은 한강진의 청년들, 서로를 몰라도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함께 거리로 나선 광장의 대중들, 그리고 이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 온 다정한 이웃들. 우리는 다른 표현이, 다른 생각이, 다른 정체성이, 다른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채 공동의 삶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 존재이다. 우리는 이들을 주권자라 부르며, 주권자들의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정의와 민주주의라 믿는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반헌법적이고 반민중적인 테러에 대한 헌법적 판단의 시간은 이제 결론의 순간에 다다르고 있다. 실체적 정의의 실현과 완전한 민주주의에 대한 공동체의 열망이 정점에 이른 이 시점에서 헌법재판소는 마땅히 내려야 할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판단이 지체될수록 정의와 민주주의는 퇴행에 빠지고 말 것이다. 나아가 보편적 헌법의 정신을 따르지 않고 반역사적이고 반민중적인 유혹에 굴복한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언제든지 오늘의 위기와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욱 교활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주권자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헌법재판소는 지체없이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라. 당장 선고하라! 더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당장 파면하라!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