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의 군사기지화를 반대한다
―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투쟁에 나서며
한국작가회의는 제주 섬의 군사기지화를 반대한다. 지금 제주 강정항에는 핵항공모함을 위시한 각종 군함이 드나들고 있다. 핵폭격기 배치가 논의되는 제주 제2공항은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있다. 제주 섬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을 위한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배치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2의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임진각에서 강정까지 527㎞를 행진한 바 있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전국 작가들은 이제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의 도정에 함께 나서고자 한다.
찬성론자들은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제주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틀렸다. 관광객 수는 제주 자연 환경이 수용 가능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몇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보라. 보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 섬을 찾을 것이라고도 한다. 아니다. 관광객 수는 정점을 찍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시하는 관광객 증가 예측은 타당한 근거 없이 과대하게 포장되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이 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되리라는 장밋빛 전망도 유포되고 있다. 강정에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제주 경제가 과연 살아났는가. 제주도민 기만은 한 번이면 족하다. 제주 섬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치 않다.
더군다나 성산은 제주 제2공항 부지로 적절치 않다. 여기저기 지하 동굴이 널려 있어서 공항 건물이 붕괴하고 활주로가 함몰하는 등 대형참사가 우려된다. 인근 하도, 고성, 오조가 상당한 규모의 철새 도래지인 까닭에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공항을 짓느라 185개의 숨골이 콘크리트로 막히면 지하수는 고갈되고 홍수 피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신화가 깃든 오름이 깎이고, 다양한 생명을 품은 습지가 훼손되는 사태도 감당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이러한 문제도 검증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제 말기 제주 섬 전역이 미국과 결사항전을 펼칠 요새로 구축되었다. 당시 산지항 등 몇 곳의 항구가 미 폭격기 공습을 받았다. 곳곳에 남아있는 중산간, 해안의 인공동굴은 그 역사를 증언한다.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 섬에 핵폭격기가 배치될 공항 건설은 막아야 한다. 한국작가회의는 제주가 명실공히 ‘세계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2024년 8월 28일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