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 사업 예산 삭감 등 한국 문학에 대한 정부 지원 대폭 축소돼
K-북과 K-콘텐츠 한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의 작가들과 출판사업은 전례 없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등의 영향으로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10년 사이 39.1%나 감소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판물을 불법적으로 복제하고 유통하는 일이 점차 많아져 여러 작가와 출판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7월 10일에 공고한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종도서 교양부문 ‘문학’ 분과의 경우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과 통합 운영되면서 더 이상 접수를 하지 않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에 520종을 선정했던 문학나눔 도서를 올해는 390종만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2023년 56억 1천1백만 원이던 사업 예산이 올해 40억 원으로 약 29%나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출판계에는 단비와 같던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과 세종도서 사업 모두에서 문학에 대한 지원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도 문화체육관광부의 7월 11일 자 보도를 보면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작가와 출판계를 납득시키기도 모자라서 오히려 기만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세종도서’ 사업 추천위원 책임성 강화하고 추천 도서 지원 확대”라는 제목을 달고 마치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한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13억원)과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7억원)을 합한 사업으로 10억 원을 증액한 총 30억 원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위 두 사업과 같은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제작지원 사업’은 15억 원으로 증액이 아닌 삭감이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성과에 역행하는 정부 정책
최근 한국 문학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으며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고, 그 가능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게 될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정부는 이 흐름이 연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작가와 출판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우리 문학에 관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전심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도 도리어 문학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며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걸 앞장서서 막고 있으니, 그 행태를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결국에는 정부의 무관심이 창작 활동의 위축과 출판산업 전반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문화적 후퇴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문학과 출판은 K-콘텐츠의 근간, 지속 가능한 지원 정책 마련돼야
한국의 문학과 출판은 K-콘텐츠의 근간을 이루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의 예산이 축소된 것은 단순히 이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축소하고 창의성의 발로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학과 출판의 중요성을 재고해야 하며,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예산 감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을 강력히 촉구한다.
1.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의 예산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2. 작가와 출판사의 권익을 보장하는 ‘공공대출보상권’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3. 문학 작품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증진할 수 있게 작가와 출판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4. 문학과 출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은 문학과 출판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 정부는 작가와 출판계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대한민국의 문학과 출판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우리 작가들과 출판계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을 지키고 작가의 위상과 출판의 사명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2024년 7월 16일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출판인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