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
1999년 4월 26일, 국회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의 파업이 큰 사회문제였다. 김문수 의원은 “노동자들이 파업 때문에 면직이나 손해 배상 청구를 당하게 되는데 즐거워서 파업을 하겠느냐”고 공식발언을 했다. 또, “노동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김문수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대다수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2022년 6월, 전혀 다른 말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입에서 나왔다. 김문수 전 지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과 점거농성에 대해 그는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 한다”면서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같은 사람의 전혀 다른 말은 인간으로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노동자의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아는 사람이 노동자를 위협하는 말은 비수가 되어 노동자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1999년의 김문수와 2022년의 김문수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지난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문수 전 지사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에 호응하며 김문수 전 지사는 “나는 노조 출신이고 아내도 노조 출신이고 형님과 동생도 노조 출신이다”고 했다. 자신을 ‘반노동’으로 공격하지 말라는 항변이다. 그의 출신이 ‘반노동’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의 현재가 ‘반노동’을 강력하게 증명한다. 그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노동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 법안 개혁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한 것이다. 노조 출신의 반노동 정책은 노동자에게는 더 큰 상처를 남긴다.
한국작가회의는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김문수의 고용노동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
첫째, 선출직 정치인의 실패가 임명직 장관 직위로 보상되어서는 안된다.
김문수는 3선 국회의원과 2선의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선거제도를 통해 선택받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그의 역할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과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낙선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정치인을 다시 소환하여, 정치생명을 연장시키는 관행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권위주의적 언행을 반복하는 정치인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노동행정’ 총책임자로 임명되어서는 안된다.
김문수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8월 17일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했어”라며 경찰관의 격리 요청을 묵살했다. 2011년 12월 19일에는 119에 전화를 걸어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며 업무 중인 소방관들을 고압적으로 대하여 성실히 자신의 생활을 수행하는 모든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권력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권위주의적 태도로 공직자들을 대했던 인물이다. 노동자를 대하는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비추어 볼 때 그가 ‘노동 약자 보호’하겠다는 말도 공허하게 들린다. 노동행정의 총책임자로서 고용노동부 장권의 소임을, 권위주의적 언행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 수행하게 해서는 안된다.
셋째, 김문수의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은 한국 사회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김문수는 학생운동가 출신,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 주체였다. 구로공단 위장 취업자였고, 한일공업 노조위원장이었으며,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이었다. 1990년에는 민중당 창당에 참여하여 진보정당 운동에도 개입했다. 노동운동의 지도자가 ‘전향 이유’를 밝히지 않고,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시대의 전환에 대한 정신적 고뇌가 표현되지 않은 전향은 단지 권력을 따르는 변절일 뿐이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떠나 모든 사상의 변화에는 선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권력 추수적 변절이 한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용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김문수의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은 절대 이뤄져서는 안된다.
과거 김문수는 억압과 폭압의 시대에 저항하는 투사였던 적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는 두 차례나 제적을 당했고, 두 차례나 투옥되는 고통을 감내했다. 1994년 즈음까지 김문수는 ‘노동자의 곁을 지키는 벗’이었다. 하지만, 노동운동가에서 국회의원·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김문수는 ‘과거에 노동자의 곁에 있었음을 떠벌리는 권력자’일 뿐이다. 과거 자신이 감내한 고통이, 현재의 노동자에게 가하는 권력의 폭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김문수는 자신의 노동운동 경력, 노조활동 이력, 노조위원장의 활약을 언급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염치없는 작태이자,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후안무치의 행태이다.
한때 노동자의 벗이었던 김문수가 노동자에게 흉기를 겨누는 칼잡이가 되려 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가 나서서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을 막아야 한다.
2024년 8월 5일
(사)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