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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의미심장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할 분들도 있을 테다. 나도 그렇다. 이십대의 마지막 날엔 유독 심했다. 그 하루가 지나면 삼십대였다. 스물 둘에서 스물 셋이 되는 것과는 달랐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더는 못 부르게 되다니! 그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낼지 고심했다. 명색은 소설가지만 소설책 한 권 내지 못한 채 고향집에서 식충이로 지내던 시절이었다. 점심 무렵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십대의 마지막 날, 이 하루를 잘 보내지 못하면 나의 이십대가 깡그리 무위로 돌아갈 듯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눈이 내렸고 칼바람이 불었다. 쓸쓸했다. 속절없이 생을 흘려보냈다는 자책에 그 하루가 못 견디게 애틋했다. 눈발이 더 거세어졌고 하늘마저 캄캄해졌다. 그리고 개가 짖었다. 멍멍. 그 소리는 마치 나의 삼십대를 예언하는 듯했다. 너의 삼십대는 멍멍이라고. 발발아, 너조차 나를 무시하는 거냐? 나는 고개를 돌려 축사 쪽을 보았다. 축사 기둥에 묶인 채 우두커니 눈을 맞고 있는 발발이의 쓸쓸함에 대해 생각했다. 너나 나나 다르지 않구나. 무얼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집 안팎을 뒤져 낡은 목재를 찾아낸 뒤 의기양양하게 작업에 착수했다. 추위에 곱은 손을 호호 불면서 망치질이 서툰 탓에 못대가리 대신 손가락을 더 많이 찧으면서 이십대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그런 나를 발발이가 측은한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드디어 개집을 완성했다. 녀석은 오후 내내 용을 쓰고 만들어 낸 게 겨우 그거냐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또 심드렁하게 짖었다는 거다. 허술한 집이 미심쩍어 꽁무니를 빼는 녀석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정말 뿌듯했다. 따뜻하지 발발아? 녀석은 멍멍 짖었다. 나는 그렇다고 알아들었다. 그리고 정말 삼십대에 맞이하는 매해 마지막 날은 그 추억으로 견딘다. 그대, 오늘 무얼 하시려나?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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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