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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로세우겠다는 분들이 요즘 학교를 찾고 계신단다. 몇 해 전에는 조폭들이 학교에 가시더니(영화 두사부일체) 이젠 너도나도 다들 학교에 가신다. 낯익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 그렇구나!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도 그런 분들이 학교에 많이 오셨다. 기억하기론, 그분들은 협박 공갈에 능란하셨다. 이를테면, 불온삐라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나쁜 학생이다, 간첩을 보는 즉시 신고해라, 너희들의 무관심과 잘못으로 부모님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저 북쪽 땅에는 뿔난 돼지들이 통치를 하고 있다, 등등.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북괴군이 휴전선을 넘어와 살육을 저지르고 재산을 압류하고 우리 모두를 아오지탄광에 처넣을 것만 같았다. 급기야는 한국전쟁이 내 탓인 것만 같아 죄책감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기도 했던 것 같다. 전두환이 통치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조금 억울하다. 가슴에 솟았던 의문들, 그러니까 왜 간첩은 뿔난 돼지가 아니라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외모인지, 왜 어른들은 뒤돌아서 북괴군이 아니라 우리의 대통령을 손가락질 하는지, 왜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는지 따위를 감히 그분들께 여쭙지 못했던 내가 애틋해서 말이다.
하나 요즘 학생들은 다른 듯싶다. 고등학생들이라 그럴까. 현대사 특강 강사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단다. 질문도 하고 반대의견도 비친단다. 빡빡한 일상에 주어진 축복의 시간쯤으로 여기고 냅다 잠을 자기도 한단다.
정의감에 사로잡힌 사회단체 회원들께서 특강을 반대하신단다. 굳이 그러실 것까지야. 학생들의 기억 속에 그분들이 각인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훗날 학생들이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 때, 그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날선 언어들을 되새김질할 것이다. 그러니 내버려두자. 학생들은 지금 미래의 징후를 대면하고 있는 중이니까.
<2008. 12. 2 손홍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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