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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나는 거의 유령에 가까웠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다 고개를 번쩍 들면 자정 즈음이었다. 그러면 집을 나서 가까운 실내포장마차를 찾았다.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을 먼발치로라도 보게 되면 지레 돌아서 갔다. 저거 사람 맞아? 이런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처음 그곳을 찾아 들어갔을 때 감격하여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김치 콩나물국과 계란 프라이가 거저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가당키나 한가. 그 순간 나는 그곳을 단골로 삼아야겠다고 작심했다. 단골이 좋은 점은 안주가 한 주먹 더 늘어서가 아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조카를 대하듯 내게 밥을 권하고 대화상대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나도 사람꼴을 갖추어 갔다. 특히 그네는 아들 자랑을 할 때면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내가 그 녀석을 배를 갈라서 낳았다우.’ ‘반가워라! 저도 제왕절개로 나왔거든요.’ 어느 날 처음 보는 건장한 청년이 구석자리에 앉아있었다. ‘제대해서 돌아왔다우.’ ‘정말 훤칠하네요.’ 이런 말들이 그네와 나 사이에 눈빛으로 오갔다. 나는 왠지 그 청년을 껴안아주고 싶었다. ‘네 어머니가 많이 기다리셨어.’ 이렇게 속삭이면서. 며칠 전, 일 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이사 간다는 말을 못하고 떠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터다. 나를 잊었다 해도 별 수 없지만 꼭 한번 들르고 싶었다. 모든 게 그대로였으나 주인이 달랐다. 무르춤해진 내게 낯선 주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 단골이었죠? 전에 장사하던 사람이 내 친군데 손님 안 오시냐고 지금도 종종 묻는다우.’ 쓸쓸하고도 따스했다. 단골은 일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 단골이면 그이에게도 내가 단골이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단골들을 떠나보냈던가. 오늘, 나의 단골들이 그립다.
<2008. 12. 23 손홍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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