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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48회
오동꽃
송 태 웅
내 오래된 슬픔은 채 발효되지 못하고
쇼핑백에 포장되어 처박혀 있었지
내 지상의 산악이 되려다 말고
판잣집 한 채가 되어 나즈막히 엎드려 있을 때
내 前生은 그대의 비 새는 지붕이었으리
젊음의 짧은 한때마저 염소에게 주어버리고
왼쪽 어깨 드러낸 라마승이었으리
하여 나 그대에게 가는 돌길을
三拜一步하며 나아가더라도
내 정처없는 길의 한없는 끝은
그대가 내민 넓은 손에 붙들려
잠시 쉴 수 있으리
느닷없이 길가에 나선 족제비 한 마리가 되어
그대의 등걸에 기대어 서면
고물라디오에서 누군가 들려주는
경 읽는 소리들 후드득 떨어지리
송태웅(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처음 올린 날: 2002년 6월 29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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