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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38회
수족관 우럭의 꿈
김 영 언
고마워라
싱싱한 물방울들을 자욱히 내뿜고 있는
강력한 산소 공급기의 은혜 속에 갇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색 바랜 비늘을 베고
두어 평 수족관 바닥에 가라앉아
초점 잃은 눈동자를 희멀겋게 끔뻑이는
우럭의 꿈, 한 때는 거칠게 퍼떡이며
골 깊은 바다 속 돌 틈 사이에 둥지를 틀고
간지럽게 쓰다듬는 해초 숲 속을 노닐며
검게 빛나는 비늘의 윤기를 문지르고
세찬 물살 소용돌이도 거스르며
꼿꼿하고 날카롭게 등지느러미 갈아세웠건만,
단 돈 몇만 원에 그 꿈을 바꾸고
경련하는 살점에 매운 초장을 듬뿍 찍어
싱싱하게 삼켜 버리는 우리들의 꿈
조금씩 쓰디쓴 소주잔 바닥에 깊이 가라앉으면서도
한 때는 우리도 거칠게 퍼떡였노라
불빛 휘황하게 수놓아진 월미도 밤바다
비린내 자욱한 어둠을 한 자락씩 휘감고
휘청휘청 세월 속을 헤엄치지
내 꿈이 팔릴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싱싱하게
김영언(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 회원.
처음 올린 날: 2002년 4월 7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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