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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나를 폭격했다
너희들은 나를 폭격했다
내 조용한 일상을 아주 정밀하게 폭격했다
열화우라늄탄은 가슴을 찢고
내 양심의 끝까지를 추격해 왔다
너희들은 내가 사는 서울 도심을 폭격했다
게로니카의 학살은 나치의 학살은
이제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내 미련한 역사인식이 얼마나 천박했는가를
신창리는 노근리는 4.3은 광주는 이제 화해될 수 있다는
나의 일국적 역사인식이 얼마나 초라한가를
대낮에 보란 듯이 드러내놓고 폭격했다
너희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추가파병이라는 압력탄을 쏟아붓고
국익을 준다는, 한반도는 부드럽게 다루겠다는 교란탄을 퍼붓고
이라크 작은 마을 선량한 결혼 축하피로연장엔 직격탄을 주었다
포로수용소의 인권유린 지뢰가 터지도록 방조했고
내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내가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김선일의 유해를 내게 보냈다
그래서 나는 싸웠다.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느날은 국회의사당 앞 전경차를 타고 넘다 너희의 다국적 졸개들에게 터지고
또 어느날은 종로네거리에서 힘없는 노동자들과 함께 오랜만에 꽃병을 들기도 했다
막아야 할 것은 쉽사리 흩어지곤 하는 반전평화 대열의 이 힘없는 나선이 아니라
자신을 한번도 부정해본 적이 없는 저 미제국주의자들의 직선이라고
철망 속에서 자울거리는 닭처럼 분단의 꿈에 길들진 이 나라 위정자들이라고
나는 오늘도 싸운다
쇠파이프를 들어 아니라고 아니라고 허공을 향해 가로저어라면 가로젓고
죽창을 들라하면 죽창을 든다
촛불을 켜들라 하면 촛불을 켜들고
어깨를 걸어야 한다면 어깨를 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내가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실감을 위해
너희의 전지구적 폭격 속에서도
세계의 양심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위해
- 손세실리아 누님, 그리고 문동만 시인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시를 하나 쓰게 되기도 했습니다.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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