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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고슬고슬한 밥 한 술의 의미도 되지 못하고
시가 노숙자의 담요 한 장 의미만도 못할지 모릅니다.
시를 써서 술을 얻고 일용한 양식을 얻고
새옷을 사고 명예를 취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적어도 제 주위엔 그러합니다.
바보같은 사람들,
세상의 산술적 계산에 무능한 사람들,
광활한 정보화 시대에 역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타인을 위한 한 줌 눈물을 간직한 사람들,
그리하여 더욱 고통스럽게 아파하는 사람들.
시 한 편 들고 거리로 나가
우리가 아무리 목청껏 소리 높인다한들
그리 달라질 세상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그나마, 그것밖에 도리가 없어
양심이 시키는대로 그렇게 거리로 나간 사람들,
그들과 함께 마음 보태 함께 어깨 곁고 쏟아져나온 시인들.
가던 길 멈춰서서 걸게시에 주목해주던 시민들,
길바닥에 앉아 귀 기울여주던 시민들,
박수와 격려 아끼지 않던 시민들,
시낭송 내내 배경음악 깔아주던 음악 동지들,
바쁜 스케줄 기꺼이 시간 헐어 우리와 뜻을 함께해준
노래패 꽃다지와 가수 윤미진과 가수 연영석님!
하나하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자원봉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젊은 사람들 서야 될 자리에 아무 한 일도 없이 불려나와
되려 미안하다시며 술잔 돌리시던 큰 어른 정희성 선생님,
강은교시인의 시를 한바탕 굿으로 낭송해주시며
시낭송의 장을 열어주셨던 이경자선생님,
멀리 청주와 안동에서 올라와 자리를 빛내주신
김창규선배님과 안상학선배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여러 문우들과 자녀분까지 대동하고 참석해주신
안양에 사시는 인천작가소속 손한옥 시인님 고맙습니다.
광화문에서 듣지 못한 시낭송을
아무 준비도 돼있지 않은 어수선한 뒤풀이 자리에서 청했음에도
기꺼이 수락해주신 넉넉한 마음또한 고맙습니다.
과묵한 성품임에도 일찍 자리에 나와 일손 거들던
황규관 시인 고맙습니다.
행사 기획하고 자질구레한 일까지 일일이 챙기던 문동만 시인,
궂은 일 마다않고 사다리 오르내리며 현수막 설치하던 송경동 시인 ,
섭외문인에게 전화연락하고 착오없이 순서 챙기던 김재영 소설가,
물 한 사발 얻어 마시지 못하면서도
짐 나르고 걸게 시화 설치해준 김종광 사무국장과 전성태 소설가,
이번 행사에 몸 사리지 않고 젊은 문인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신
자실위원장 이인휘님과
대외행사에 연일 녹초가 되어 본업에 복귀할 엄두를 못내면서도
웃음을 잃지않고 의연함으로 끝까지 큰 폭을 놓지 않던
자실위원장 오수연님 고맙습니다.
소리없이 행사 진행을 지켜보시며 흐뭇해하시던
김형수 총장님 고맙습니다.
계절마다 이런 식의 시낭송회를 개최하면 어떻겠는냐는 말씀,
이번 저희 일에 대한 최대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맞죠?)
빠듯한 시일임에도 불만 한 마디 없이 작품 만들어주신
광주의 송광룡시인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며
이런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끝으로
이번 행사에 함께 해주셔서 자리가 더욱 빛났던 이름들을 불러봅니다.
두어 차례 뵈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제 허술한 기억력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던 큰언니같은 허청미시인님 고맙습니다.
깊이가 있어 더욱 아름다워진 김신우 소설가 고맙구요.
너무 오랫만에 모습 보여주신 섬진강 편지의 김인호시인,
예의 그 과묵한 말투로 반가움을 전하던 지워진 벽화의 송태웅시인,
언제 어디서든 젊은 힘이 필요할 때 달려와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김근시인,
필명과 실명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져 이제 확실히 기억할 신지원시인,
정의가 아직 눈빛을 청년처럼 형형하게 하는 김별아소설가,
허리병 앎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 지켜주신 김이정소설가,
일 하겠다는 각오로 아픈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 석벽송시인,
초록 티셔츠에 청바지가 고혹적이던 강신애시인님,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또 어느결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정도상소설가,
꼭 있어야 될 자리에 고개 둘러보면 반드시 계셔주시는 오우열시인님,
늘 하나의 이름, 하나의 모습으로 기억되어져도 좋을
고명철평론가, 이명원평론가, 홍기돈평론가.
사이다 자작하면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 해주시는 정우영시인.
... 그리고 제가 이름을 미처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더 많은 선후배님들
거리에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선후배님들의 참석이 가장 눈부신 함묵의 시낭송이었음을 저는 압니다.
지켜보시던 눈빛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멀리 제주에서 부터 밀양과 부산, 대전, 광주, 해남, 속초, 서울, 대구에서
작품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이번 시낭송의 성과를 돌립니다.
우울한 일이 꼬리를 무는 이 암울한 시대에
죽음 대신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는 우리들 詩의 외침이 하늘을 감동시켜
죽음과 전쟁 대신 불개미와 찔레꽃과 장미와 사랑을 들고 거리에 나가
시를 낭송하는 날이 쉬 도래하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런 축제의 날이 오면
오늘 광화문 길바닥에서 박수를 보태주시던 여러 선후배님의
시낭송을 청해 들어볼 작정입니다.(기꺼이 수락해주시리라 믿으며.)
말로 다 못할 고마움을
어눌한 몇 자 글로 남깁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시분과 간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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