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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어둠
- 바람의칸타타. 27 -
송 문 헌
굵은 빗방울이 선로를 튕기고 있다
어둑한 승강장 벤치에 비스듬히 기대있는
초로의 저 사람은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깨워줄까? 혹 마땅히 갈 곳 없는 것은 아닐까
혼곤히, 꿈에도 그리던 고향마을 어귀쯤 당도한걸까
빈 들녘 살얼음 논배미를 지나 정지된 마을
발자국 소리에 컹컹 개도 놀라 깨어난걸까 짐승처럼 꿈틀
벤치의 사내가 돌아눕자 와락 검은 바람이 달겨든다
시월 늦은 밤 왕십리역 국철 승강장
오늘은 어둠 너머 어디쯤 달려가고 있을까
내일의 시간은 또 어느 선로만큼 와 있는 것인가 기우뚱,
영원의 틈새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철길을 서성이는 저 어둠은 날이 밝기도 전 바람처럼
문고리를 따고 들이닥쳐 누구를 또 차가운 세상 밖으로
밀쳐낼것인가, 찰.찰.찰.찰.... 어느새 다가온 전동차가
불빛 철문을 닫는다 깨워줄까? 괜한 짓 일까? 깨워줄까?
괜한 짓 일까? 철커덕, 찰.찰.찰찰찰... 혼자 남은
승강장, 벤치의 사내가 꿈틀 다시 돌아누우며
비워낸 철길을 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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