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시인의 첫 시집 [통점에서 꽃이 핀다]
(황금알, 2005년 12월 30일)
1999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한 홍은택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홍은택의 시에서는 정강이뼈로 구운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정밀한 문체로 완결에 가까운 시화를 부조해놓은 이 시인의 절제도 사실 스스로를 압정시켜 유목의 피를 잠재우려는 몸부림이리라.
하지만 모래밭의 유적을 해독하는 고고학적 발견보다는 나는 차라리 그가 발밑이 열사인 사막 한가운데로 폭주해가는 무모한 기관차였으면 좋겠다! 속도에 대한 향수를 감내하느라 애쓰는 그가 눈물겹고 눈물겹다. 시집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 또한 어둠의 힘이 시의 환한 에너지라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마는!
-김명인의 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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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1958년 경기도 광주 출생. 1999년 <시안>으로 등단. 현재 대진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시세계], [영어로 읽는 한국의 좋은 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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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방안에 핀 동백
겨울이 가기 전에 꽃피고 싶었다 꽉 다문 잇새로 아뜩한 어지럼증이 새나왔다 이 방을 떠나야 한다 냉골의 장판에 싸늘한 몸을 세우려는 순간, 방안의 가구들이 휘잉 돈다 채로 휘갈긴 팽이처럼 내 몸이 돈 것도 같다 몸속에 붉게 피멍드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캄캄한 방, 사방 벽에 별들이 돋아 무서운 속도로 돌고 있다
춥다 지상에 서있는 것들 모두 이 어지럼증을 견디고 있나 눈을 감아야 환히 보이는 회전의 관성, 너를 중심에 두고 내가 도는지 내 속을 들여다보며 나 스스로 도는지 문밖 바람이 채찍으로 내 정신을 후려갈긴다 정수리 끝으로 몰리는 피, 핑그르 원심분리 파편으로 피는 붉은 꽃잎들!
::시인의 말
결핍의 힘으로 살아왔다.
주머니에 뚫린 구멍의 힘.
2005년 겨울
목련마을 서재에서
홍은택
::추천글
활달한 상상력의 잔치다. 사막에서도 갈림길을 발견하고, 그 갈림길에서 머뭇대는 낙타의 갈라진 발바닥과 혹 위에 올라앉은 어둔 얼굴을 조탁하는 상상력이다. 그러면서도 대체로 활달한 상상력에 뒤따르는 들뜸이 없이 인디언들이 '증발한' 마을에서 '허물인 듯 벗어놓은 이백여 채'의 유적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선이 있다. 늦깎이 새 시인이 하나 있다.-황동규(시인)
홍은택의 시에서는 정강이뼈로 구운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정밀한 문체로 완결에 가까운 시화를 부조해놓은 이 시인의 절제도 사실 스스로를 압정시켜 유목의 피를 잠재우려는 몸부림이리라. 하지만 모래밭의 유적을 해독하는 고고학적 발견보다는 나는 차라리 그가 발밑이 열사인 사막 한가운데로 폭주해가는 무모한 기관차였으면 좋겠다! 속도에 대한 향수를 감내하느라 애쓰는 그가 눈물겹고 눈물겹다. 시집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 또한 어둠의 힘이 시의 환한 에너지라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마는!-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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