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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돌아서면 허름하게 보이는 집 한 채.
그 누가 살던 집이었길래…
저토록 흉물스럽게 비어서있는 걸까.
아하, 문패가 보인다.
한 농 부
주소가 보인다.
대한민국 농촌 농부네 집.
발걸음을 옮기며 떨어진 사립문을 돌아본다.
그렇구나,
농부가 지은 집은 오래간다.
나그네가 상상 속에 그림으로 담고 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에 녹슨 철대문도 아닌
사립문 달린 집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길에
볏짚 넣어 흙벽돌로 지은 그 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있다.
단지 흙과 나무와 풀로 지었으되
눈 속 그림으로 새겨 넣은 옛집
가난한 사람도 아닌 풍성한 가을을 짊어지고 살던 집이었다.
농촌도 풍족하길 바라며 살던 정 깊던 사람들의 집이었다.
쌀 수입개방을 염려하여 떠난 이웃과 함께 살던 집이었다.
나그네도 떠나면 저 집도 바람으로 허물어질 것이지만
농부가 돌아와 살면 저 집은 금세 단장될 게 틀림없다.
가슴에 새겨 넣고 보면 그림 같은 저런 집이 진짜 집이다.
쌀 수입개방의 파고가 잠잠해지면
도시로 나갔던 농부도 분명 돌아와 살집이다.
봄이 되면 못자리를 내고
입하에는 모내기를 하고
땡볕에선 피를 뽑고, 잡초를 뽑고
만추에는 벼 베기를 하리라.
떠났던 농부가 돌아오면 그 허름한 집도 단장되어 꽃이 피겠지,
사람 사는 곳에는 풍성함이 만추를 넘어 볏단을 아궁이에 태우고 있겠지.
농부 사는 곳에는 틀림없이 수확의 꽃이 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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