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자료 전체 소설분과 아동문학분과 시분과 젊은작가포럼 특별기고 칼럼 조회 488 제목 [시분과] 해뜨기 전에 이름 박종길 해뜨기 전에 나 밭으로 들어가네. 밝은 여명 일어나는 밭고랑에 들어서면 보송한 솜털바람 몰려가 씨앗 품는 심혈의 밝음 솟구치는 환청 같은 기쁨이여 단정하게 부러진 생의 그루터기 서있는 들판의 나이테를 세어보고 옹이 자국에 손대어 보고 가뭄 얇게 스민 지표면 쓰다듬으며 물길 돌아오던 날들을 회억하네 어느 날 문득, 저 소리 없는 불꽃 좀 보아 삭막하게 가뭄 든 밭고랑의 목마름을 회억하면 그 날 농부가 앉았던 밭고랑 주변에는 밝게 피어나는 꽃, 유채밭 무 씨앗 자라는 내디딜수록 자라던 밭처럼 그러나 지금은 햇볕에 맨살 드러내 보이며 마르는 붉게 타오르는 들판의 환한 붉은 해의 미소처럼 때로는 내 생의 둥치 되어 잘려나가는 죽음의 그루터기 앉아 회억하네 돌아갈 수 없이 말라버린 씨앗 뿌릴 수 없는 그 날들이여 황토흙 바람 부는 회억의 한 때여 거친 턱수염과 이제는 불분명한 저음의 육성 땀에 젖은 작업복으로 때든 와이셔츠 누런빛을 갈 수 없는 망각의 해면 위로 띄워 올리는 환상의 표정 한푼 자라지 못하는 지피(地皮)에 어디선지 민들레 홀씨 날아와 물에 뜬 부력인냥 잠기지 못함을 멍하니 바라볼 때 봄비가 내린다. 이 씨앗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 땅 곳곳에 질긴 뿌리를 뻗어내려 모든 용기를 채워주는 비 소진한 지반(地盤)의 육체가 옹골차게 피워 올리는 지표(地表)의 환희 새봄처럼 환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힘이여 한 자도 뚫지 못하던 말라붙던 흙이여 나 밭고랑에 앉아 일궈야 할 나의 길을 바라보네. 가뭄 끝에 단비 내린 물의 힘을 바라보네. 저 힘찬 밭고랑으로 다가오는 내 동지들을 보네 해뜨기 전에 밭에 나옴을 기뻐하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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