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느티獸

김열

저 느티나무는 곧장 넓고 깊은 하늘로 오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높이를 줄이고 팔을 벌려 안을 넓혀 놓았다 한 자리에 붙박
혀 저와 더불어 사는 또 하나의 일생을 풀죽지 않게 다독여 왔다 밖
으로 뛰쳐나가려는 본성을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고 있다 아직도
천둥 번개 치는 어둔 날이면 덩치 커진 놈이 가지들 이파리들 죄다
놀라게 하는 포효를 터뜨리다가 답답한 먹가슴 쥐어뜯는다 쩍쩍
갈라터지는 구름 속으로 비를 몰고 오는 바람 속으로 우우 속절없
이 괴성을 지르며 가지들 붙잡고 뒤흔들며 머리채 뿌리친다 푸른
이파리들 뒤집히다 떨어지고 여린 팔목들 부러진다 다치고 지치고
설운 몸뚱이, 숨결 고요해지도록 속울음 울어 뿌리 끝까지 젖기도
한다

느티나무,
마을 앞에서
평상 하나 부리고 있다

- 김열 시인의 느티獸 전문

김열 시인은 식물을 식물답게 하는 것이 동물성이라고 말한다. 아니 식물의 본성이 실은 동물이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발상이고 새로운 학설이다. 이 시의 느티는 그래서 느티樹가 아니라 느티獸다. 이 시를 읽은 뒤부터 느티나무 곁을 지나갈 때 한번씩은 더 쳐다보게 됐다. 괜스레 발걸음이 빨라지고 목 뒤가 쭈뼛거려진다. 비 오는 날 특히 그렇다. 경계하지 않고 빨리 지나가지 않으며 저놈이 언제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뜯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獸에는 犬이 들어 있다. 그러나 느티는 본래 식물이기에 獸를 다스려 樹로 태어난다. 이튿날 나가보면 동네 사람들이 느티 아래 많이도 깃들어 계시다.

- 이진수 / 시인

- 출처: 대전. 충남작가회의시선집 <새로운 문신> 중에서/ 심지

대전충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되
출향시인들까지 아우른 첫번째 시선집이 나왔습니다.
발표와 미발표에 관계없이 작품을 받아서
일인당 시 한 편을 평자들이 선정해 촌평을 붙인 이 시선집은
내년에도 발간될 예정이라 하는데요.

열악한 지역문단에서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표지에서부터 편집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시선집을 상재한
대전충남작가회의 회원님들께
부러움과 축하의 인사를 함께 보냅니다

"축하합니다" /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