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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梅
박두규
동매마을에 갔다.
검게 타버린 골짝에도 어김없이 매화는 피었는데
만나려는 사람은 어디 가고
허위허위 좇아온 세월도 보이지 않는다.
그대는 동쪽 끝자락에 이르러 매화를 피웠으나
나는 東梅에 이르렀어도
만날 사람도, 머무를 곳도 없구나.
꽃그늘 아래 앉아 온 길을 돌아보니
내 지금껏 끌고 온 길이 西으로 가는 길이구나.
- 광주전남작가회의 <함께가는 문학> '이 한 편의 시'에서
1956년 전북 출생, 1985년 <남민시> 동인,
1992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친구' '산'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사과꽃 편지>와 <당몰샘>이 있다.
동매마을에 이르러 만개한 매화를 만난 게로군요. 세월의 질긴 그림자를 이끌고 오느라 꽃 한 송이 피워보지 올리지 못한 남루한 生이 비로소 눈을 떠 동쪽 끝자락에 꽃등 밝히고 서있는 매화를 발견하신 게로군요. 거기 꽃 피고 새 우짖고 햇살가루 곱게 내려앉으나 문득, 내가 부재중이로군요. 보고 싶은 사람, 고단한 등 눕힐 곳 어디에도 없고 지금껏 자신이 끌고 온 西으로 향한 비탈진 고갯길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군요.
결국 이렇게 마감하고야 말 우리네 허망한 삶,
흐드러진 매화의 꽃그늘보다 더욱 깊고 짙은 시인의 詩그늘에
이 아침이 몹시 아프다.
박두규 선생님! 잘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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