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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생각
이영수
석굴암 보존불을 모시고 있는 박물관 속의 자동판매기는 부처다 다리가 잘린 부처는 사각형의 뜨거운 명상을 던진다 천년 전의 돌칼 앞에서도 부처의 생각은 뜨겁다 목마른 자 앞에서 갑자기 부처의 생각이 떨어진다 누가 식어버린 부처의 생각을 창가에 쌓아 두고 간다 누가 부처의 생각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진다 목마른 누군가 깜빡거리는 부처의 생각 앞에 줄선다 부처의 뜨거운 생각을 뽑는다 불성이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 혀를 데면 흘러나온다 불가해한 부처의 미소
- 이영수 시집 <고양이 속의 아이를 부탁해> 문학의 전당 刊
1963년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문학동네> 하계 문예공모로 등단, <다층> <빈터> 동인이며 시집으로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가 있다.
분홍빛,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첫 마음, 설레임, 도발적인 언어, 시들지 않을 것 같은 꽃, 막걸리 한 되 마시고 얼큰히 취해 부르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핏기 한 점 없이 맑은 아이의 눈, 눈물로 쓴 연서... 저마다 다르겠으나 어쩌면 의외로 저마다 일치하는 코드를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고운 빛깔 표지의 시집을 받았다. 조금은 낯선...그러나 어쩐지 낯설지 않은 시인의 시집을 본다. 아마도 그림을 그린 경력을 가졌었거나 혹은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남다른 이력때문인지 화폭에 시를 담아내는 모습도 자연스레 연상되어진다. 구상보다는 비구상 쪽에 가까운 그의 작품에는 형이상학적인 광활한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어 독자를 긴장시키기도 하는데 그의 시선을 쫒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이 또한 시를 읽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멀리 진주에 살고 있는 시인께 안부 전하며
이영수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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