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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시집 < 소주병 > 중에서 실천문학사 刊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이 있으며
최근 실천문학사에서 <소주병>을 펴냈다
<지독한 불륜> 이후 8년 만에 시집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내 시가 어떠냐고 물어보다 늦은 것"이라
말하는 시인은 "시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기억이 부끄러움으로
남는다"고 술회한다. 이 대목에서 불혹의 중반을 견뎌내고 있는 시인의
쓸쓸함에 서늘해지고 만다. "부드럽고 따뜻한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이웃과 더불어 잘 먹고 잘 살고 즐겁고 싶다."는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시집 후기 맺음 말에 대해 질문 하나 던진다.
" 가정을 잘 운영하는 아내와 잘 자라는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시골의 어머니에게도.
그리고......"
여기서 말 끝을 흐려 궁금증을 증폭시킨 '그'는 뉘신지. ^^
공광규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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