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화, 그리고 생명- 새만금 생명의 시(10)
하늘에는 많은 루사가 있다
이 상 국
지난 해 태풍 루사가 동해안에 왔을 때 나는 내 사는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과 쥐와 자동차와 고라니의 주검이 뒤엉켜 물에 떠다니는 걸 보았다
물은 평등했다
루사는 산을 헐어 길을 냈거나 물길을 돌리고 마을을 만든 곳을 찾아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되돌려놓고 갔다
그렇게 거침없었다
맑은 날 쳐다보면 해와 별과 바람과 하늘에는 많은 루사가 있다. 강은 흐르고 바닷물은 들고나야 한다
■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기획한 정전 50돌 '평화, 그리고 생명' 신작시 프로그램. 참여시인 27인이 7월 한달 동안 날마다 시 한 편씩을 릴레이 형식으로 게재. 이곳을 통해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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