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화, 그리고 생명- 새만금 생명의 시(14)
시가 될 수 없는
장 철 문
가족과 함께 서쪽 개펄에 갔다. 바지락과 동죽과 모시조개를 캤다. 개펄과 함께 하루가 즐거웠다. 돌을 들추면, 게들이 한 줌씩 뭉쳐 있다 흩어졌다. 달리는 게들과 함께, 미처 썰물을 타지 못한 망둥이와 함께 하루가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에, 삼보일보의 행렬에 대한 뉴스를 들었다. 하루가 어두웠다. 차안에 앉아서 그 행렬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다.
인사동 아는 밥집에 가서 밥과 술을 먹고 나오는데, 그 주인이 느닷없이 삼보일배하는 데 좀 가보지 그러냐고 했다. 그 말을 농으로 받아넘기고 와서, 돌아눕고 또 돌아누웠다. 낙지가 굴속에서 돌아눕는 환영이 비쳤다. 모시조개와 동죽과 바지락이 상한 입을 벌리고, 게들이 집게발을 보였다. 아침밥상에 어머니가 만들어준 게조림을 마주하고 앉아 밥알이 패사(貝沙)가 되어 씹혔다.
■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기획한 정전 50돌 '평화, 그리고 생명' 신작시 프로그램. 참여시인 27인이 7월 한달 동안 날마다 시 한 편씩을 릴레이 형식으로 게재. 이곳을 통해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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