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화, 그리고 생명- 새만금 생명의 시(18)
개양할미
안 찬 수
옛날에 개양할미가 살았다지요,
개양할미가 적벽강 벼랑 뒤 여울굴에서 나와 바다를 열었다지요,
개양할미한테는 딸만 아홉 있었다는데,
팔도에 딸 여덟 시집보내고, 막내딸만 데리고 살았다지요,
개양할미 키는 요즘 키크고 코큰 애들 말도 못하게 컸다지요,
서해바다를 진둥걸음으로 걸어다녀도
저녁노을빛은 치맛자락에 조금 물들 뿐, 바닷물은 버선목을 조금 적실 뿐.
사람에게는 사람길이 있고, 물고기에게는 물고기길이 있으니
고깃배들 물에서 물길 잃으면, 개양할미가 물길을 찾아주었다지요,
고깃배며 바닷사람이며, 목포로 줄포로 제물포로 남포로 바삐 오가던 때
철새들이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건너다닐 때,
개양할미한테 잠시잠깐이라도 눈인사 안 했을라구요,
칠산바다 참조기들이 다 떠나간 뒤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개양할미
바닷바람보다 더 짠 사람들 욕심에 돌아앉은 개양할미,
오늘 해창 앞바다 물막이 공사를 보면 뭐라 하실랑가,
개양할미한테 절하던 마음이란 게 가이아에 기대어 사는 사람 마음이겠지요
그 마음 눈꼽만치라도 있다면야, 잘못 됐으니 그만 멈추라는 소리에
이렇게 귀머거리 노릇 안했을 테지요.
■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기획한 정전 50돌 '평화, 그리고 생명' 신작시 프로그램. 참여시인 27인이 7월 한달 동안 날마다 시 한 편씩을 릴레이 형식으로 게재. 이곳을 통해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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