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화, 그리고 생명- 새만금 생명의 시(15)
갯지렁이 한 마리가 집을 짓고 있는
조 진 태
내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제 막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 짜디짠 바람을 몰고서 사정없이 후려치는 파도,
푸른 용광로에서 일렁이는 붉은 불덩이들
은빛 잔해로 뒹구는 백합과 게 투구와
일찍이 지상으로 돌아와
불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초생달까지
시멘트 블록을 허리에 짊어지고 끙끙대고 있었다
물거품 머금은 갯지렁이 한 마리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하여 교각을 떠메고
서해 푸른 불구덩이로 물고 들어가고도 있었는데
이웃이 아니었던 낯선 것들이
눈만 꿈벅대며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포만한 뱃가죽을 두드리며
신록과 녹음방초가 물결처럼 출렁이는
바다의 일몰을 물고 집을 짓고 있는
갯지렁이를 보고 있을 뿐
썰물의 그림자를 밟고 서있을 뿐
■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기획한 정전 50돌 '평화, 그리고 생명' 신작시 프로그램. 참여시인 27인이 7월 한달 동안 날마다 시 한 편씩을 릴레이 형식으로 게재. 이곳을 통해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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