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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를 맞으며
박두규
황사가 온다.
한때는 초저녁별 쏟아지던 내몽고의 초원에서
말갈기를 세우고 끝없이 달리는
유년의 멀미 같은 꿈도 꾸었을 테지만
이제는 떼 지어 국경을 넘는 저것들,
황폐해진 스스로를 견딜 수 없어 국경을 넘는
스스로의 경계마저 지우고 다니는 저것들이 싫어.
잊혀진 오랜 침략의 세월을 거슬러 오는
저 바람을 보면, 거침없는 침탈을 보면,
IBRD, IMF 같은 자본들이 생각나서 싫어.
우리 정치는 세계경제의 시녀가 된지 이미 오래
투표권이 있다고 자유를 가진 건 아니야.
상파울로, 제노바, 케이프타운, 방콕
바그다드, 팔루자 목 잘린 머리들이 뒹구는 거리에
서울의 술 취한골목과 골목 끝 낯선 새벽 위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구조조정의 절망 위에
그 절망마저 절망이 되지 않는 시절 위에
노오란 하늘 가득 바람이 온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저 황사바람.
한때는 계절을 투정하는 바람으로만 알았건만
이제는 일상의 폐허로 오는 바람.
더 이상 마스크를 쓰고 너를 피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바람이 되어 맞겠다.
더 큰 바람이 되어 맞바람으로 너를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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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두규(朴斗圭 )
1985년『남민시』로 등단. 시집으로「사과꽃 편지」,「당몰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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