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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집권당의 노동법·안기부법 졸속 처리를 규탄한다!
12월 26일 새벽, 집권 신한국당은 우리가 잠자리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그 시간에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심야의 호출 명령을 받고 한치의 착오도 없이 집결하여 /'/상부/'/의 작전지시를 수행하는 집권당 소속 의원들의 형태와 법률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우리 작가들은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었다.
지난 기나긴 군사독재 시절 이름도 감히 직접부르지 못하고 정보기관, 모처라고 불러야했던 곳이 있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힘없는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으며 정치적 반대자들은 죄목조차 알지못한 채 끌려가야 했고 그 가족들은 행방노차 알 수 없어 눈물을 뿌리며 남산 주위를 서성거려야 했다. 현정부가 출범하면서 적어도 우리는 우리 동료와 가족들중 누군가가 어느날 갑자기 끌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는 벗어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안기부의 수사권을 부활시킨 이번 법개정은 김영삼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내세워온 /'/개혁정책/'/의 종점이 고작 정보기관의 강화를 통한 공포와 공작으로 상징되는 유신시대로의 회귀였음을 온 국민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고무·찬양/'/ 혐의로 연행당할까 두려워하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전에 다시 또 주위의 눈치부터 살펴야 할 우리는 어떤 이유로 현정부를 과거의 군사정부와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인가?
뿐만 아니다. 개정된 노동관계법은 지난 시대의 산업화 과정에서 지난한 노력 끝에 확보했던 노동자의 권익마저 다시 박탈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 최장을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로부터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변형근로제와,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대체고용제를 부과하는 것으로써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 사회의 소중한 생산자들인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다시금 강요하기에 앞서 잘못된 경제구조와 정책을 바로 잡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작가들은 보다 자유롭고 활기찬 사회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과 더불어 신한국당이 변칙적으로 통과시킨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작가들을 포함한 우리 국민들 모두는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결쿠 원치않으며, 저 어두운 군사정권의 정보정치 시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1996년 12월 27일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위원장 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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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