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역사, 남북공동 집필한다" (신년인터뷰⑥)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 [통일뉴스]이현정 기자 2005-01-10오후 5:18:16

통일뉴스는 신년을 맞아 5일부터 통일운동단체 활동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2005년 통일운동의 전망을 담은 기사를 제공한다. 인터뷰는 2004년 통일운동 평가와 각 단체별 신년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편집자 주) ▶7일, 남북작가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형수 사무총장과 만나 작가대회 전망을 들어 보았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민족문학작가회의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가 개최되는대로 올해 안에 남북 작가들의 공동 해외 취재 답사기행을 조직하는 등 본격적인 남북 문학교류를 전개할 계획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남북작가대회 성사를 위해 가진 몇 차례의 실무회담에서 남북 작가들이 우리 역사를 공동 집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대회가 끝나는 대로 중국에서 항일운동의 자취를 발굴, 남북 작가들의 토의를 거친 뒤 역사서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계획은 평양과 백두산 등지에서 개최될 남북문학작가대회 자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남북 작가들의 역사공동집필 계획이 성사되려면 남북문학작가대회가 적어도 오는 4월 이전에 개최돼야 한다. 4월 15일이 북한 최대의 명절인 '김주석 탄신일(태양절)'이라 남북문학작가대회 4월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5월을 넘길 경우엔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인 6.15 공동선언발표 5돌 기념 민족통일행사 준비와 맞물려 버린다. 이후에도 통일관련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어 대회가 계속 늦춰질 경우 시기와 장소 물색이 힘들어진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3월 경 남북작가대회가 개최될 것이라 전망하고 가능한 빨리 개최 시기를 확정하기 위해 남북 실무접촉을 타진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지난 2일, 조선작가동맹에 실무접촉 제안서를 보냈으며 현재, 북측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북측 조선작가동맹이 남북작가대회에 대해 "남북 인민들 전체 앞에 약속되고 공지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남북관계가 풀리면 우선적으로 집행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6.15 민족통일행사를 위해 남측인사들이 북측을 오가며 실무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경우 남북작가대회 3월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 덧붙였다. 남북작가대회가 성공리에 끝난다면 곧 아시아 작가들이 함께 하는 '아시아 작가연대'를 출범시켜 남북이 공동 참가할 계획이다. 남북작가대회 개최를 위한 모든 실무준비를 마무리하고 자체적으로 방북교육을 진행해 남측 작가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민족이 갈라진 뒤 '반쪽'짜리 문학작품을 집필하며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 한, 한 많은 세월을 접고 둘로 쪼개진 문학 언어를 합쳐 온전한 민족문학을 회복할 그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중순(24일∼29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작가대회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기한 연기된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 한 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북으로 갈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기념도서, 가방, 가정상비약, 화장품 등 북에 선물할 물품들을 바라보며 인터뷰 내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7일,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서 김형수 사무총장과 만나 남북작가대회 개최 전망과 2005년 사업계획을 들어보았다. 남북작가대회, "모든 준비는 끝났다" □ 통일뉴스 : 지난해 작가회의에서 진행한 통일관련 사업들에 대한 총평을 내려달라. ■ 김형수 : '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명칭 속에는 민족문학 운동을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곧 활동 자체가 통일운동이라 할 수 있다. 작가회의는 지난 한 해 동안 민족문학의 정신과 이념을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었으며 친일문학 심포지움을 개최키도 했다. 북한에서 룡천역 폭팔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제일 먼저 통일맞이와 공동성명서를 냈으며 용천돕기 사업을 진행했다. 또, 작가대회를 열기 위해 지난해 4월 중국 연길에서 1차 접촉을 가진 뒤 총 6차례 실무접촉을 벌였다. 지난 해 벌인 가장 큰 행사는 민족작가대회를 위한 방북교육이었다. 통일부에서 준비한 교육을 끝내고 우리가 준비한 교육을 따로 진행했는데, 고은, 백낙청, 신경숙 작가 등 남측의 대표적인 작가 100명이 참석해 민족문학의 전망 등에 대해 토론했다. 1945년 12월, 전국문학자 대회가 열린 뒤 처음 갖는 문학인들의 모임이었다. 우린 모국어권 문화의 온전한 '크기'를 해결한다는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한 뒤 남북작가대회 성사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으며 이제 시기 문제만 남았다. 들어올 때 보셨듯이 작가회의 사무실 복도에 남북작가대회가 열리면 북에 선물할 예정이었던 트렁크 가방, 기념도서, 가정 상비약, 화장품 등의 물품들이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굉장히 속이 상한다. ▶"작가대회 봄 넘기지 않고 개최" [사진-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 남북관계 경색 이후 작가대회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데, 올해 안 개최가 가능한가? ■ 개최 시기가 자꾸 미뤄지면서 참가 의사를 밝힌 이들이 빠져나갈 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참가자 명단은 아무런 변동이 없다. 남측 언론에서도 민족작가대회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싣고 있으며 조선일보, 동아일보에서도 성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도해왔다. 북측 또한 남북작가대회에 대해 '남북 인민들 전체 앞에 약속되고 공지된 사업'이라 표현하고 있어 남북경색국면이 풀리면 남북작가대회가 우선적으로 집행될 수 있으리라 관측된다. 눈 여겨 볼 점은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 북측위원회 명단에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가 4∼5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꽤 큰 비중이다. 다른 단체들도 많은 데, 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북측위원회에 가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남북작가대회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며, 대회의 의의 또한 북측에서 크게 잡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남북작가대회는 오는 3월∼4월경, 나는 3월을 기대하고 있는데, 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행사가 여론을 크게 몰아 5월 이전에 개최된다면 6.15민족통일행사도 빛을 발할 것이다. 4월은 4.15(김주석 탄신일)가 껴 있는 달이니까 아마 3월을 벗어나지 않고 개최될 것이다. "문학적 연방제, 연합제를 실천하겠다" □ 남북작가대회의 상은? ■ 북과 같이 토론을 해봐야 한다. 바뀌는 측면들이 있을 것이라 본다. 작년에 남북작가대회를 준비할 때는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뒤, 3년 넘게 양적인 성장이 있었으나 아직 6.15공동선언이 밝힌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공식적으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한 상태다'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그 첫발을 내딛자고 함께 결의했다. 당시 우린 북측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이를 '문학적 연방제'라고 표현했으며 북측 또한 우릴 배려해 '문학적 연합제'라고 표현했다. 세부적인 계획이 바뀌더라도 문학적 연방제와 연합제를 실천한다는 목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북.해외 3자로 구성된 공동행사 준비위는 낮은 단계 연방제로 가는 첫 발자국이다. 우리는 그 보다 한 걸음 더 가는 문제를 궁리할 필요가 있다. 만남의 깊이와 의의를 조금씩 더해가야 한다. 이는 남북 양측이 합의한 사안이다. □ 양측의 결의대로 대회를 치르기 위한 전제조건은? ■ 이를 위해선 양측 작가들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성이 제거돼야 하며 서로의 문학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정도가 확보돼야 한다. 두 번째론 양측 당국의 전면적인 양해가 있어야 한다. 문학은 정치.문화 교류일 뿐만 아니라 사상의 교류다. 문자를 매개로 하는 문학의 특성상 사상을 배제시킬 수 없다. 남측 작품이 북에 들어가면 남측의 자유주의가 퍼지며, 북측 작품이 남으로 오면 북한 사회 구성원리가 홍보된다. 이를 본 독자가 감동 받는 다는 것은 이에 동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남북 문인들 또한 남북문학교류가 쉽사리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어려움을 감수하고 행사를 진행하려면 행사를 주관할 능력이 작가집단 내부에 확대돼야 한다. 이미 우린 이를 충족하고 있다. 북측 당국 역시 민족문학의 소중함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남측당국도 이 부분을 배려해주고 있다. 양측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우린 통일운동의 혜택을 볼 것이 아니라 기여를 해야 한다. 좀 어렵더라도 한 걸음 더 나가자는 것이다. 공동행사준비위보다 더 진전된 형태의 실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 현재 막바지 실무준비는 얼마큼 진행됐는가. ■ 팩스를 통해 실무회담 제안서를 5일 전에 보냈다. 조만간 답이 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린 '민족의 몸이 아프면 민족의 입이 살아있어야 한다. 국제 정세에서 우리 민족이 서 있는 자리가 어려운 때일수록, 민족의 자주역량이 필요한 때일수록 그것을 일깨우고 환기시킬 작가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북측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작가연대 꾸려지면 남북 공동참여 가능성 ▶"아시아 문화연대 남북공동 참여" [사진-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 남북작가대회가 성사된 뒤 남북 작가들의 교류가 뒤를 이을텐데,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을 알려달라. ■ 우선 '문학적 연방제'가 이뤄진다면 남측 작품을 북에서 읽고 북측 작가들의 작품도 남에서 읽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서로 청탁해서 글을 게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 여기엔 저작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걸려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최종 접목될 것이다. 모든 사항은 민족작가대회 본회의에서 논의, 결정된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대회가 끝난 뒤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남북 작가들이 공동으로 해외 취재 답사기행을 떠나 우리 역사를 공동 집필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1차로 중국으로 떠나 일제잔재와 항일운동의 역사를 취재해 토의한 뒤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 2005년 집행할 새로운 사업계획안은? ■ 쉽게 말해 작가회의에는 민주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인 사람부터 한나라당만큼 보수적인 사람들까지 다양한 성향과 노선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소모임'별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범위가 크다. 작년에는 작가회의 소속 자유실천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했고 탄핵정국 때는 6월 항쟁 정신의 훼손이라 해서 거의 봉기적 성격의 활동을 펼쳤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에서 베트남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고 국제위원회에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작가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들 소모임에서 벌인 사업의 성과를 모아 작가회의에서 '아시아 작가 연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류사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사수해 가고 인류의 질서를 미학적으로 세워가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이 바로 남북.해외 모국어 문화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기점으로 아시아 작가연대를 건설해 지배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려 한다. □ 아시아 작가연대가 꾸려지면 북한 작가들도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인가. ■ 민족작가대회가 성사되면 아시아 작가연대에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우린 민족작가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모국어 문화권의 크기를 회복하고 아시아 작가연대의 틀을 지탱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회가 끝난 뒤 아시아 작가연대 틀을 형성하기 위한 '아시아 문학의 집', '아시아 문학연구소' 등 연구소와 소집단들이 생길 것이다. 일단은 온라인 상에 '아시아 작가연대'를 띄어놓고 2006년도에 '아시아 작가연대'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작성일자:2005-01-10오후 5: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