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테러집단이 이슬람 본질 호도"

[세계일보 2004-06-28 20:18]

“김선일씨가 살해된 것에 대해 이라크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테러 집단의 행동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제1회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 참여차 방한한 이라크 문인협회장 하미드 알 묵타르(48·본명 하미드 무사·사진)는 28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선일씨 사건에 대해 이라크인으로서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후세인 정권이 물러났지만 그를 비호하는 세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 증거가 테러 단체”라고 말했다.

묵타르는 “후세인 정권 시절 모든 이라크 땅이 감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렇게 쉽게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이 꿈만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은 죄가 없으며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테러 집단이 살해를 통해 이슬람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故 김선일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했다. “어제 선일씨를 생각하며 시를 지었습니다. 이는 나의 시이면서 곧 이라크 국민의 시입니다.”

묵타르는 후세인을 비판하는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는 이유로 8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새로 구성된 이라크문인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이라크문인협회의 회원은 1200여명. 그는 후세인 정권 아래 수감됐던 문인들이 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시절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소설과 시를 써왔으며, 그의 시 일부는 스페인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외국 세력에 의해 임명된 정부는 원치 않는다”며 “이라크 국민은 미국 주도 아래 어떤 군대의 파병도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모하메드(54)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랍인으로서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질문을 받을 것이라 생각해 많이 걱정했다”면서 “테러 단체가 김선일씨를 살해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주최로 28일부터 7월 8일까지 ‘고통의 기억을 넘어 평화로운 미래로’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 자리에는 하미드 알 묵타르를 비롯해 전쟁의 고통을 겪었던 베트남 몽골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참석한다. 주요 행사로는 아시아문학 연대의 밤, 아시아 작가 평화선언, 심포지엄 등이 마련된다.

이보연기자/byab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