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우리 어머니, 당신 때문에 울고 있다”

[한겨레 2004-06-28 19:27]

[한겨레] 하미드 알 묵타르
이라크 문인협회장 내한
이라크에서 희생당한 김선일씨의 죽음을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문인협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고 김씨를 추모하는 시를 발표했다.
하미드 알 묵타르(본명 하미드 무사·48) 이라크 문인협회장은 28일 낮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한겨레〉 26일치 20면) 개막 행사에 참석해 자작시 〈고 김선일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김선일 형제여!/우리는 홀로 독재의 살육장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불을 뿜는 총구와 조화가 넘쳐나는 그곳에서/나의 글이 당신을 살해한 자에게 경고가 되길 바랍니다./(…)” 장세원 명지대 아랍어과 교수가 즉석에서 번역한 이 시에서 하미드 알 묵타르는 김씨를 살해한 이들을 “늑대의 꼬리, 바트당의 무리”라 묘사하고 “당신의 피는 우리 이라크 국민의 머리를 따라 흘렀으며/그래서 우리의 외침과 뒤섞였습니다”라고 희생자에 대한 연대를 표했다. 이어서 김씨의 어머니와 이라크의 어머니들, 김씨와 시인 자신이 고통과 슬픔 속에서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했다.

“당신의 어머니는 자식을 잃어 흐느끼는 우리의 어머니와 같습니다./오늘, 우리의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마치 당신이 그들의 자식인 양/(…)/나 또한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당신은 이제 나의 형제가 되었기 때문이죠./피로써, 고통으로써, 그리고 죽음으로써.”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주최한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방한한 알 묵타르는 “김선일씨 사건에 대해 이라크의 모든 국민은 제 일처럼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라크 국민을 대신해서 유족과 한국민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일부 테러리스트의 짓일 뿐 이슬람은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종교”라고 밝히고, “이라크 국민은 미국 주도하의 어떤 군대의 파견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알 묵타르는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8년간 감옥 생활을 했으며 출옥 뒤 동료 문인들에 의해 이라크 문인협회장에 추대되었다.

한편 그와 함께 행사 참석차 방한한 팔레스타인의 시인 겸 소설가 자카리아 모하메드는 “머나먼 나라 한국에 오기가 팔레스타인 내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쉽고 편했다”는 말로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조국의 억압적인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중동에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군의 추가파병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bong@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