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이라크 반전작가 추모시 헌정 ″오늘，이라크 어머니들은 당신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2004-06-28 18:15]

“그들이 당신 선일씨를 죽였을 때/당신의 피는 우리 이라크인의 피와 하나로 합쳐 함께 흘렀으며/우리의 외침과 뒤섞였습니다./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당신의 어머니는 자식을 잃어 흐느끼는 우리의 어머니와 같습니다./오늘,우리의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 초청으로 30일 광주 5·18기념 문화관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작가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이라크 반전작가 하미드 알 무사(48·필명 묵타르·사진)씨가 28일 고 김선일씨에게 애끊는 추모시를 헌정했다. 하미드씨는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 직후인 올 봄 반체제 작가들의 추대로 이라크문인협회장을 맡은 시인이자 소설가.

그의 추모시는 김씨의 죽음을 한국·이라크인의 연대로 연결하는 국제적 가교로 승화시키고 있다. “마치 당신이 그들의 자식인 양/우리의 아이들도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마치 당신이 그들의 아버지인 양/나 또한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당신은 이제 나의 형제가 되었기 때문이죠./피로써,고통으로써,그 죽음으로써.”

하미드씨는 이날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젯밤 서울에 도착해 한국인들의 슬픔과 김선일씨 가족의 고통을 통감하며 밤을 새워 추모시를 썼다”며 “김선일씨 살해사건을 접한 이라크인도 슬픔과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미드씨는 “후세인 치하에서 많은 이라크인들이 감옥으로 갔으며 모든 이라크땅이 감옥이었다”며 “지금 내가 민주체제를 확립한 한국에 와있다는 것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라크인은 현재 진정한 의미의 민주와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면서 “후세인 체제를 아직도 비호하려는 늑대의 꼬리같은 세력이 바로 테러단체이며 바로 그들이 김선일씨를 죽였고 학생과 일반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하미드씨는 “한국은 이라크에 도움을 주려고 파병을 했는데 살해로 그에 대한 답을 해 너무 슬프다”며 “그러나 이라크 국민은 미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어떤 군대의 파병도 원치 않는다”며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반대했다.

정철훈기자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