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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대추리도두리에서 모든 야만을 거둬라!
우리는 또다시 야만을 보았다.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을 거둬 키우는 그 풍요로운 들녘에서 생명의 싹을 무참히 짓밟는 야만을 보았다. 5월 4일과 5일,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일대는 세기에 다시 볼 수 없는 야만의 광기로 뒤덮였다. 미국의 전 세계 지배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한국정부는 곤봉과 방패와 돌로 자국민의 목숨을 위협했으며, 군부대를 투입시켜 군사시설 하나 없는 땅에 겹겹이 철조망을 치고 군사보호구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볍씨가 싹을 틔우고 있는 그 땅은 지금, 수십 대의 포크레인과 수천 명의 군홧발에 초토화되어가고 있다. 바깥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지금, 한 치 앞에 있는 제 땅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밤낮으로 정찰을 나서는 경찰 차량과 헬리콥터의 소음에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던가. 계엄도 전시도 아닌 평시에 군부대를 상주시키고 영농활동을 차단하고 철조망 훼손 시 군형법을 적용한다는 등 법적으로 근거 없는 협박을 하면서 주민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 어째서 국방부만은 법 위에 군림하는가. 그 초법적인 지위를 부여한 한국정부는 지금이라도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해야 한다. 폭력과 야만의 끝은 자멸일 뿐이며, 제국은 언제나 망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작금의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근 3년 동안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와 대추리․도두리의 평화를 위해 그 현장에서 예술활동을 펼치면서, 우리는 주민들의 한 맺힌 역사와 피땀 어린 옥토와 숭고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았다. 정부는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농사짓고 살겠다는 주민들 땅의 흙 한 줌도 건드릴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그곳에 벽시 40여 점과 벽화 4점, 설치예술품 4점 등을 비롯한 많은 예술품을 남겼고,‘평화예술동산’을 만들었으며, 대추리 일대를 ‘전쟁과 국가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예술마을’로 명명하였다. 정부는 그 예술품들을 건드릴 권리 또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5월 4일, 무자비한 공권력은 그 자체가 세계적인 문화예술품일 수 있는 대추초등학교와 그곳에 그려진 무수히 많은 주민 초상화들과 벽시 두 점을 무참하게 파괴하였다. 인류는 전쟁 중에도 문화재와 예술품을 파괴하고 약탈하는 무지몽매한 반달리즘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대추리가 전쟁 중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곳의 예술품들은 파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마을의 예술품 파괴를 방조한 국방부를 규탄하며, 사과와 변상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현재 남아 있는 예술품들도 계엄과 같은 엄혹한 상황 하에서 언제 훼손되고 파괴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므로 재발 방지와 보존을 약속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폭력적인 행정대집행과 인권유린, 불법적인 군병력 주둔, 문화예술품 파괴 행위를 규탄하고, 대추리 도두리의 평화를 위해 문화예술 행위를 지속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어떠한 폭력과 야만 앞에서도 문화예술은 무릎을 꿇지 않는다. 대추리 도두리는 이제 단순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평화예술마을로 거듭났으며, 더욱 많은 문화예술품들로 가꿔질 것이다. 그것은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마을의 공동재산이다. 정부는 또다시 무지몽매한 반달리스트가 되어 인류 역사에 큰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향후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서 행해지는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을 전면적으로 보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민간인을 향해 살인적인 군사작전을 펼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당장 퇴진하라!
-대추리 일대에 불법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는 즉각 철수하라!
-미군기지 확장계획 전면 재검토를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라!
-무지몽매한 예술작품 파괴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변상하라!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서 행해지는 모든 예술활동을 보장하라!
2006년 5월 17일
5.4 대추리 사태와 관련한 문화예술단체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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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