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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상상할 때 종종 어떤 혼란을 겪는다. 이를테면 똑같이 웃는 얼굴인데도 그이가 나를 좋아하는지 혹은 좋아하지 않지만 예의상 그러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표정만 그런 게 아니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행동임에도 방금 전에는 호의적으로 여겨졌던 게 지금은 적대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이중성, 양가성, 복잡성과 같은 말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 경우를 흔히 겪는다. 아이들도 그렇다.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이 세운 규칙을 무시하고 거부하여 주목을 받으려 하지만 또 어떤 아이들은 규칙을 의식하고 준수하여 주목을 받으려 한다. 두 행동 모두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동기는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곳이다. 복잡한 사회라는 거다. 그러나 또한 때로는 이 복잡성이 단순성의 이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복잡한 단순성과 단순한 복잡성도 같은 현상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가 그렇다. 정치적 사건들은 현란한 수사의 위장막을 둘러쓰고 있지만 내막을 알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단순하게 여겨지는 사건들이 뚜껑을 열면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건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심리학자는 ‘한 사람의 태도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면, 그리고 그의 박애정신과 인간성이 눈길을 끌기 시작하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년대계니 4대강이니 하는 청사진들이 우리의 미래를 황홀한 것으로 여기게끔 활보하면 할수록 그것의 진의를 의심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고 보면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도 봐야 한다. 손가락을 치켜들었다고 해서 달을 가리킬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는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을 기대한 위선의 손가락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2009. 10. 20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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