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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집에서 학교까지 꽤 먼 거리였고 자전거로 통학해도 사오십 분이 걸렸다. 나는 그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홀로 그 길을 갔다. 길 주위에 펼쳐진 들판과 이따금 지나치는 작은 솔밭과 마을들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었다. 격렬하지는 않지만 장구한 역사가 그 길 주위에 있었다. 사람들은 풍경에 자연스레 섞여 들었고 토지에 생명줄을 대고 사는 사람들답게 그들의 낯빛은 흙빛이었다.
그러다 부모님을 마주치기도 했다. 얼마 안 되는 전답을 처분하고 행상을 하던 때였다. 저 멀리서 낯익은 1t 트럭이 농촌의 고요한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드센 트로트를 울리며 다가오면 나는 숨을 곳을 찾았다. 나는 농촌의 다른 어른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부모님의 삶의 형태를 부끄러워했다. 그곳에서는 농사를 짓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나는 이 ‘차이’를 못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상대방의 장점만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을 때 각오가 되어 있다. 그이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단점이 있더라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추함이 있더라도 기꺼이 용납하고 감싸주겠다고. 그러니까 결국 사랑의 요체도 이해에 있는 것이다.
결국 차이는 이해에 의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중학생 시절의 나는 차이만을 발견했을 뿐 그 차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이처럼 후회할 뿐. 누구의 말마따나 타자는 지옥이며 우리는 우리의 감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이유는, 견고하기 짝이 없는 우리 내부에서 탈출하려는 이유는 서로의 차이를 넘어 이해에 이르기 위해서가 아닐까.
<2009. 10. 13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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