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내가 소설에서 감옥에 갇힌 어머니를 면회하러 갔던 아들이 수배자인 게 밝혀져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거나, 신호등 한번 어겨본 적 없던 모범시민이 예비군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자신의 집에서 테러범이라도 되듯 사납게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다루면 독자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이거 순 우연투성이잖아! 맞다. 이 우연들이야말로 소설가를 곤혹스럽게 하는 진실 가운데 하나다. 소설에서 다루면 작위적이라고 비난받을 게 뻔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니까.
어머니를 면회했던 아들은 사기범이었다. 자신이 수배 중인지도 몰랐다. 사기범이라고 해서 흉악범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돈 빌려 갚지 못하면 사기다. 갚으려야 갚을 수 없을 만큼 살림이 각다분해진 사람도 있는 게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예비군훈련을 미루고는 하는데 그러다 벌금형이라도 받으면 죄인이 되고 만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양심을 탓할 수 있다. 세상살이가 고달프다고 해서 죄다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삐를 조금만 늦춰줘도 죄인이 되지 않을 사람들인데 왜 그들만이 신속 정확한 법집행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왜 법은 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엄정한 건지. 언젠가 한 연예인이 대마초를 피우다 잡혔을 때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국가가 내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나? 그이의 항변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 말투에 배어있는 만성화된 쓸쓸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생계형 범죄라는 낱말에서 묻어나는 쓸쓸함도 마찬가지다. 그걸 몇몇 사람들에게 내려진 가혹한 시련이라 치부할 수 있다면 편해지려나.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고 시험하는 심판대에 내던져진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그들의 운명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지표라고 믿는다면 맹목일까.
<소설가>
|
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