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찰은 무려 예순명의 수사관으로 전담반까지 꾸렸다고 한다.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도, 심지어 우리 가운데 누가 살해당해도 그 정도는 아닐 거다. 얼마전 나는 거리에서 작은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시민의 의무감으로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가 신고한 적이 있다. 그때 경찰은 내게 알았다며 가보라고 했다. 나는 한동안 파출소 앞을 떠나지 못했다. 정말 그냥 가도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가운데 누군가 동행하길 원했다면 기꺼이 사고현장을 안내해 줄 용의가 있었건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누구에게 얻어맞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쓸쓸하고 아팠다.
한동안 유명인들의 자살로 우울한 시절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걸 작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지도 않았는데 모욕과 고통을 느낀 뒤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거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유형의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도 고통스럽지만 무형의 폭력 역시 그에 못지않게 쓰라리다는 걸. 몇 대 얻어맞았을 때보다 독설 한 마디에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만약 우리가 욕설과 악성댓글과 같은 무형의 폭력을 계량화할 수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전치 3주’가 아니라 ‘전치 한평생’쯤은 되지 않을까. 누군가를 폭행한다는 건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공정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분명 잘못이니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의 진정한 심각성은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다수의 가슴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인들의 잘못된 활동으로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지는 저 무형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누가 보호해줄까. 한평생 저들의 폭력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를 누가 위로해줄까.
<2009. 3. 3 손홍규 소설가>
|
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