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시인의 첫 시집 [길을 떠나면]
(책만드는집, 2007년 7월 12일)
이정숙 시인이 충북 제천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집이다. 1996년 「민족예술」을 통해 등단한 지 11년 만에 펴낸 첫 시집으로, 생태적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소박하면서도 힘 있는 언어로 그려져 있다.
굳은 것과 부드러움, 노동과 땀, 연장과 생산, 그리고 숨소리가 들어 있는 시다. 시는 인간이 사는 의미를 표현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래 시단의 많은 시가 현란한 감수성과 지나친 분칠에 가려져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이정숙 시인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소박한 시는 차라리 반갑기까지 하다고 구중서 문학평론가는 지적하고 있다. 그가 택한 소박한 시어는 시를 음미하는 데 속도감을 부여해주고 독자에게 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그의 시는 일상을 주된 소재로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소박성에서 끝나지 않고, 변용과 심화를 거쳐 자기 존재를 지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소박함 속에서 강렬함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정숙 시인의 시가 철저히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시여서 그런 것 같다. 이정숙 시인은 1996년 《민족예술》을 통해 등단했으며 오래전에 서울 생활을 접고 충북 제천에 살고 있다. 시집 해설은 문학평론가 구중서 선생이, 발문은 신경림, 정희성 시인이 격려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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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1996년 「민족예술」을 통해 등단했다. 오래 전에 서울 생활을 접고 충북 제천에 살고 있다. 2007년 첫 시집 <길을 떠나면>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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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밭을 일구며
봄날, 얼어 있는 땅에 삽을 꽂는다
딱딱하게 굳은 땅은 삽날을 거부하고
힘주어 내리꽂으니 그제야 땅은 속살을 보인다
한 삽 뜨고 나니 쉬이 삽이 꽂히고
검붉게 드러난 흙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제야 숨이 트인다
굳었던 땅이 기지개를 켜며 큰 숨 들이켜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본다
깊숙이 퍼 올리며 뒤엎은 흙에서
왕성하게 자라날 푸른 채소들의 숨소리를
땀 흘린 땅에서 더 많이 피어나는 환한 봄의 미소를
얼었던 땅 파헤친 삽날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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